[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의료·관광·교육으로 5만弗 벽 돌파…'기업자유 1위' 싱가포르를 보라
한국 경제에 ‘국민소득 5만달러’는 아직 낯선 숫자다. 가장 과감하게 목표를 잡아도 그 시야는 4만달러까지였다.

국민소득 5만달러는 단순히 성장 속도를 끌어올려 경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도와 의식, 관행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다운 혁신을 이뤄야 도달할 수 있는 이정표다. 규제와 갈등, 불신으로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금의 한국 경제에 꼭 필요한 구호다. 창간 50주년을 맞은 한경이 지난 6일 ‘경제대도약 선언’을 통해 국민소득 5만달러의 조건을 역설한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2017년에야 3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역시 매년 3.9% 성장을 전제로 하는 숫자다. 한국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가 3% 중반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년 만의 3만달러 달성 역시 현재의 성장세로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1980년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었던 싱가포르는 5만4040달러(16위)로 벌써 저만치 앞서간 상태다. 1994년 국민소득 2만달러에 진입한 뒤 2006년 3만달러, 2010년 4만달러까지 진입했다. 이 기간 연평균 5.8%의 고성장을 이어갔다.

5%가 넘는 경제성장률은 경제 각 부문이 생산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해야만 가능한 숫자다. 싱가포르는 의료와 교육, 관광 등을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로 삼고 국내외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를 촉진했다. 선진국 도약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넓은 국토나 자원도 없이 싱가포르가 앞서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자유지수 순위에서 싱가포르는 2위에 올라 있다. 한국은 34위에 그쳤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기업활동 자유도에서도 싱가포르는 매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148개국 가운데 95위(2013년)였다.

이처럼 국민소득 5만달러 국가들은 지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산학협력기지를 거점으로 1990년대 정보기술(IT) 호황을 이끌었다. 1987년 국민소득 2만달러에 진입한 뒤 1996년 3만달러, 2004년 4만달러에 차례로 진입한 원동력은 기업들의 혁신이었다. 비슷한 시점에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던 뉴질랜드, 이탈리아 등이 5만달러 진입에 실패한 것은 그 반대의 이유다.

결국은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금융위기 이전 4% 중반에서 최근 3% 중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진국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인구구조는 이미 노쇠한 국면에 빠져들었다.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는 한편 내수를 떠받칠 소비여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생산 각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2000년대 생산구조를 분석해보면 효율성 대신 중간재 투입에 의존하는 후진국형 경제성장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선진국을 추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도형 경제발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