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흥행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리메이크 버전에서 주연을 맡은 신민아.
1992년 흥행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리메이크 버전에서 주연을 맡은 신민아.
1992년 박중훈과 고(故) 최진실이 주연한 히트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국산 로맨틱 코미디의 효시로 꼽힌다. 사랑을 표현하는 법에 서툴러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부부 영민과 미영의 모습을 웃기면서도 실감 나게 그려냈다.

그로부터 22년 만에 조정석과 신민아가 주연한 리메이크 버전이 8일 개봉한다. 새 영화는 달라진 세태를 재치 있게 반영해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는 평가다. 신민아(30)는 속내를 감춘 듯한 소녀 이미지를 벗고 남편과 싸우면서도 심적으로 응원하는 주부 미영 역을 잘 소화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저와 정석 오빠가 잘 어울린다고 해서 다행이에요. 연애영화에서는 화학작용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어울리지 않는다는 댓글이 있으면 속상했을 거예요.”

그는 캐스팅 당시 두 사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부부 연기를 하면서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둘 다 낯을 가리는 성향이 비슷한 편이었어요. 연기할 땐 진지하지만, 일상에서는 확 풀어지는 것도 닮았고요. 촬영 현장 내내 즐거웠던 분위기가 화면에 그대로 묻어났어요.”

원작과 달리 맞벌이 부부로 나오는 게 차이점이다. 원작에서 출판사 직원과 전업주부였던 영민과 미영은 각각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과 미술학원 강사로 직업이 바뀌었다. 영민은 원작보다 철부지가 됐고, 미영은 좀 더 독립적인 여성이 됐다.

“원작의 여주인공(최진실)은 정말 풋풋하고 신선했어요. 하지만 저는 따라가려 하지 않고 저만의 방식으로 미영을 표현했어요. 바깥 일을 하고, 집안일도 챙기는 직장인으로서 예전 주부처럼 마냥 삼키고 이해할 수만은 없잖아요. 그러면서도 남편을 감싸고 이해해줘야 하는 아내와 여자로서 지킬 것은 지켰어요. 이 때문에 저는 더 망가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쉬워요.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그게 맞더군요.”

극 중 영민이 ‘불끈’ 동할 때 시도 때도 없이 바지를 벗고 미영에게 접근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미영이 예전부터 알던 남자 친구들과 친근하게 얘기를 하자 영민이 질투심으로 자장면에 미영의 얼굴을 박는 싸움도 볼 만하다.

“아내는 여자가 아니란 말을 실감했어요. 단순한 부부 이야기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예요. 연애나 인간 관계에 모두 해당하니까요. 20~30대 부부뿐 아니라 훨씬 많은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예요.”

그는 미영 역을 통해 관객에게 현실적인 여성으로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달콤한 인생’에서 조폭 두목의 애인 역은 자신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환상 속의 인물로 가뒀다는 것이다.

“결혼은 10여년 뒤에나 다가올 먼 일이라고 여겼는데, 이 배역을 하다 보니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되네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