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후보 8명 압축…16일 4명 선정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후보가 8명으로 압축됐다. 이름 공개를 허락한 7명 중 5명은 KB금융 내부 출신이고, 2명은 외부 출신이다. 이름 공개를 거부한 나머지 한 명은 외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8명 중 관료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관료 출신들은 대부분 고사해 이른바 ‘관피아’의 퇴조현상이 뚜렷했다.

○내부출신 중 순수 KB맨은 1명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위원장 김영진 서울대 교수)는 2일 제3차 회추위를 열고 전체 후보군 84명 가운데 회추위원 차등 추천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8명으로 줄였다.

8명 중 내부 출신은 모두 5명이다.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57), 김옥찬 전 국민은행장 직무대행(58),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59),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56),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62)이다. 대부분 그동안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들이다. 이들 중 국민은행에서 대부분 직장생활을 한 순수 내부 출신은 김옥찬 전 행장대행 한 명뿐이다. 나머지 4명은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KB금융으로 옮겨 일한 경험이 있다.

외부 출신 가운데 당초 회추위가 공식 발표한 사람은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65),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66),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전 자산관리공사 사장·61) 등 3명이었다. 이 중 이철휘 사장은 명단이 공개된 뒤 “영광이지만 후보를 사양한다”며 공식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당초 11명을 선출했으나 두 명은 후보로 올라가는 것을 거부했고, 한 명은 회장 후보로 참여는 하겠으나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초 11명에 포함됐으나 후보 선정을 고사했던 인물은 박지우 국민은행장 대행과 윤웅원 KB금융 회장 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직인 점을 감안해 후보를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비공개 한 명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61)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 행장을 포함하면 외부 출신은 모두 3명이다.

회추위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관계자와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회장 후보 선출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국민연금 측은 바람직한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의견을 개진했고, 노조는 내부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회추위는 밝혔다.

○관료 출신은 한 명도 없어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 8명에 대해 헤드헌트 업체에 평판 조회를 의뢰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6일 제4차 회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4명가량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4명 안팎의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회추위원 표결을 통해 이달 말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회추위원(9명) 3분의 2(6명)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날 후보군에 대해 KB금융 안팎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내부 출신 후보들에 대해선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지동현 전 부사장의 경우 크게 거론된 적이 없었다. 외부 출신 가운데는 양승우 딜로이트안진 회장이 의외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금융계 경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지주사의 단골 회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번번이 고사했던 하영구 행장은 씨티그룹 동의를 전제로 이번엔 후보로 뛸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기존에 거론됐던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과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은 은행연합회장에 더 관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휘 사장 외에 후보에 올랐던 고위관료 출신 대부분은 본인들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