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대의 궁색한 해명
최근 3년간(2011~2013년) 논문을 단 한 편도 안 쓴 서울대 교수가 51명이나 되고, 5년 동안 논문실적이 없는 교수도 21명이나 된다는 본지 보도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한다는 서울대엔 상당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평소 연구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동료들을 접해온 입장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뜻밖에도 서울대의 공식적인 반응은 ‘억울하다’였다. 지난달 29일 내놓은 해명자료에서 “3년간 논문 실적이 없는 51명 중 44명은 상당수의 ‘논문 외 연구결과물(단행본 저술, 연구과제 등)’이 존재하며, 국제기구 파견이나 질병 등으로 인한 휴직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해명은 왜 51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3년간 논문 한 편 안 썼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궁색하다. 확인해 보니 51명 중 국제기구 파견이나 질병으로 인한 휴직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논문 외 연구결과물조차 없는 7명 중 상당수가 학교본부 등에서 보직을 맡아 연구에 전념할 수 없었다는 서울대의 설명도 수긍이 안 간다. 본부 등의 보직교수 30여명 가운데 연구실적이 없는 교수는 극소수여서다. 또 다른 교수는 “보직을 맡았다고 연구를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51명 중 44명은 논문 외 연구결과물이 있다’는 해명도 문제의 본질을 비켜 갔다. 서울대 관계자는 “논문실적만 따지면 해당 교수들이 연구에 태만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연구업적이 반드시 논문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성과물을 학계 동료들에게 공식적으로 내놓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논문 작성을 기피하는 교수가 과연 연구를 잘해왔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서울대가 “앞으로 학문분야별 특성이 반영된 연구 성과 산출기준을 마련하고 논문실적을 각종 평가에 반영하는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다행스럽다. 서울대가 교수들의 최소연구기준을 정하고, 연구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성과급제를 개선하길 기대한다.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