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 초판은 겨우 500부만 찍었고 당시 롤링은 완전한 무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가혹한 조건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해리포터 두 번째 시리즈가 나올 즈음 선인세는 2800파운드(470만원) 정도였다.
출판사 입장에서 무명 작가의 책을 내는 것은 일종의 모험 투자다. 그러니 처음부터 큰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내에서 무명 작가들의 투고 중 출판돼 그나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비율은 1% 정도라고 한다. 출판사 발굴 작가의 작품은 5%, 유명 저자에게 청탁한 경우에도 10% 전후만이 그렇다는 것이다. 무명 작가가 두둑한 선인세를 받기 어려운 이유다.
아동용 그림책으로 40만권이나 팔린 베스트셀러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 씨가 번 돈이 1850만원에 불과하다고 해서 화제다. 책은 물론 뮤지컬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까지 인기를 누려 관련 매출액이 무려 4400억원에 달하는 데 비하면 쥐꼬리다. 한 번 선인세를 받으면 모든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기는 이른바 ‘매절 계약’ 때문이라고 한다. 마침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출액 상위 20개 출판사에 이를 금하는 내용으로 관련 약관을 고쳤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영화 등 2차 저작물 이용권을 출판사에 넘길지를 저작자가 별도의 특약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소형 출판사는 여전히 가능하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많은 이들이 출판사의 ‘횡포’를 이야기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매절 계약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책을 내보려는 신인 작가들은 아직도 넘쳐난다. 그런데 오랜 관행인 이를 금지한다면 출판사들은 굳이 신인들과 출판 계약을 맺을 이유가 점점 더 없어진다. 신인 작가 등용문 역시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책이 ‘혹시 대박날 경우’ 저자가 억울해지는 일이 없도록 매절 계약을 금지해야 하는지, 책 판매를 장담할 수 없는 신인들에게 그나마 좁은 길이라도 열어주기 위해 그냥 내버려둬야 할지, 참 쉽지 않은 문제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