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년 발 끊더니…中기업, 다시 한국 발길
마켓인사이트 8월28일 오후 2시 4분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 다시 노크하고 있다. 2011년 중국 기업인 고섬이 불투명한 회계 때문에 상장 폐지된 소위 ‘고섬 사태’ 이후 3년여 만이다. 중국과 대만 당국이 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상장 규제를 강화하자 한국 증시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에는 2개, 내년에는 5~6곳이 한국에서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제분회사 펑위는 지난달 우리투자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맺고 한국 증시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내년 5월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10월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다. 펑위는 중국 산둥성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100억원, 당기순이익은 170억원을 올렸다. 미국 회계법인인 딜로이트로부터 최근 3개 사업연도에 걸쳐 감사를 받는 등 회계가 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국적의 화교인 인조풍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공운모(진주광택 안료의 주재료) 업체인 크리스탈홀딩스와 자동차부품 업체 로스웰도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주관사 계약을 맺고 내년을 목표로 상장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암 진단 키트업체인 트리플엑스는 내년에 한국 또는 홍콩에 상장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한국투자증권과 협의 중이다. 국내에 ‘동인당 우황청심환’으로 유명한 제약사 퉁런탕도 한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완구회사인 헝성과 유아용 화장품 업체인 하이촨은 다음달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올해 안에 상장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 고섬과 완리인터내셔널 이후 한국 증시에 새로 이름을 올린 중국 회사는 없다. 고섬이 회계부정으로 3개월 만에 상장 폐지되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시장 상장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식시장 약세를 이유로 기업들에 상장 허가를 거의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올 연말까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하기로 예정된 기업은 100개에 불과한 반면 현재 심사를 기다리는 기업은 6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100개사 신규 상장을 목표로 중국 기업에도 적극 구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산둥성을 방문해 현지 기업들을 상대로 상장설명회를 여는 등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종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해외상장유치팀장은 “중국에서 상장하려는 기업은 늘어나는데 허가받기는 어려워 상장에 최대 5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인근 대만에서도 중국 기업의 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한국을 찾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임도원/이유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