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자의 부재가 남자에게 의미하는 것은
지난해 여름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로 주목받았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펴냈다. 단편집으로는 2005년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다.

책 속의 작품들은 제목 그대로 ‘여자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인공 가후쿠는 배우로 일하던 중 눈에 생긴 문제 때문에 운전사를 고용한다. 운전을 잘하는 20대 여성에게 출·퇴근길을 맡긴 그는 친구도 없는 데다 아내를 자궁암으로 잃고 외톨이가 됐다. 가후쿠는 적당히 무뚝뚝한 운전기사에게 비밀을 한 가지 들려준다. 그나마 친구로 지냈던 남자가 사실은 아내의 불륜남이었단 사실을.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홀로 지내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책마을] 여자의 부재가 남자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출세작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 ‘청춘을 그린 작가’로 통한다. 그런 그가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썼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재즈가 들리는 바에서 만난 신사에게 술 한잔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1949년생인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수동 차량을 운전하는 여성을 보면 기민하고 똑똑해 보이며, 인생을 독립적으로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단편이 점점 에세이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느낌을 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