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통일대박론’을 제기한 이후 기업들도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동독 출신 근로자들을 끌어안아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한 독일 지멘스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 통일경제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독일 대표기업이자 에너지·정보기술(IT)분야 글로벌 선두기업 지멘스는 1847년 창립 이후 수십 번의 위기와 기회를 겪으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1990년 동·서독의 통일은 가장 큰 터닝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멘스는 독일 통일 직후 옛 동독의 11개 기업을 인수합병(M&A)했다. 통일 후 1년간 2만명의 동독 출신 근로자, 엔지니어, 경영진 등을 고용했으며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화합에 나섰다. 반도체공장을 지은 드레스덴에만 27억마르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했다. 동독을 끌어안은 지멘스의 노력은 통일 후 동·서독의 경제통합과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지멘스의 자체적인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B투자증권이 데이타스트림 등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멘스의 매출은 통일 이후 11년간 178% 늘었다. 통일 이후 11년간 누적기준 시가총액 상승률은 242%에 달했다. 1990~2000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모두 3%였던 점과 대비된다.

한국 기업들도 통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북한 출신 근로자들을 끌어안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채용은 대부분 정부 산하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으며 일반기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총 2만6854명의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거주 중이다. 이 가운데 43.1%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률도 9.7%(지난해 9월 기준)에 달해 같은 기간 전체 실업률(2.7%)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나마 고용된 북한이탈주민 가운데에도 6개월 미만 근무자와 일용직 비율이 20%를 웃돈다.

김희용 중견기업연합회 통일경제위원장(동양물산기업 회장)은 “북한이탈주민의 채용을 통해 인구 고령화와 인건비 문제 등 기업들이 직면한 현안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조미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