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들의 금리담합 여부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하자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사대상이 여·수신 금리 전반에 걸쳐 있는 데다 조사단 규모도 유례없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은행 간 경쟁이 격화돼 담합은 불가능했다면서도, 결국 대출금리를 내리고 기술금융과 중소기업 대출도 크게 늘려야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은행 “경쟁으로 담합 불가능”

공정위의 조사 범위와 강도는 유례없는 수준이다. 2012년 7월에도 공정위가 은행들의 금리 담합 여부를 조사했지만, 당시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만 집중했다. 조사관 수도 은행당 3명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다르다. 대상이 CD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모두에 이른다. 조사단 규모도 은행당 6명으로 많다. 이번 조사에서 뭔가를 얻으려는 공정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은행들은 공정위가 조사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년 전 CD금리 담합 조사로 인한 ‘학습효과’로 담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교환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날 각 은행의 예금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를 살펴봐도 제각각이다.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은 연 2.0%, 신한은행의 ‘S드림정기예금’은 연 2.15% 등이다. 신용대출에선 우리은행의 ‘직장인행복대출’은 4.11~4.81%, 하나은행의 ‘직장인론’은 연 4.2~5.68% 수준으로 다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리 결정을 할 때 다른 은행의 홈페이지 공시를 참고하기는 해도 직접적으로 의견을 교환하지는 않는다”며 “워낙 경쟁이 치열해 참고 수준의 정보교환도 잘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보신주의’ 군기잡기?

일부에서는 은행들의 ‘보신주의’에 정부가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중소·창업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진신고(리니언시) 없이 담합 조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담합보다는 ‘압박용 카드’로 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2012년 CD금리 조사 때도 그랬다. 공정위가 CD금리 조사에 들어갈 당시 CD금리는 연 3.25%였으나 석 달 뒤에는 2.87%로 0.38%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8%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담합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CD금리를 크게 낮춘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금리결정체계를 전반적으로 조사할 경우 은행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의 속성상 결국 기술금융 등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