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톈진 간 전자부품사 주문 줄어 '한숨'…車 부품사는 中고객 유치하며 '미소'
“납품 단가를 인하해도 조만간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며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주문량이 줄면서 난감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최근 톈진의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톈진 공장에서 휴대폰 생산 물량을 줄인다는 본지 기사(8월13일자 A1, 3면 참조)를 접하고 이런 하소연을 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적지 않다.

이에 반해 국내 완성차 업체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자동차 부품사 사장들은 표정이 밝았다. 상하이에서 만난 한 자동차 부품사 사장은 “중국의 차 메이커들이 검증된 한국 자동차 부품을 사기 위해 계약을 맺는 경우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톈진 공장의 물량을 줄이고 베트남 생산을 늘리고 있다. 또 기존에 외부에서 사오던 금형 등 일부 부품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톈진에 있던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일감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고의로 협력업체들을 곤경에 빠뜨린 것은 아니다. 급증하던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된 데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삼성은 협력사와 거래를 끊거나 줄이려면 최소 3개월 전에 통보하도록 방침을 정해놨다. 제품별로는 거래 중단 2~3년 전에 “지금 제품으로는 어렵지만 신기술을 개발하면 구매를 계속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도 해 준다. 협력업체들도 이런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 그런데도 삼성이 물량을 줄이면 속수무책인 게 해외에 동반 진출한 협력사들의 현실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업체들로 눈을 돌리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다.

이민호 KOTRA 상하이 무역관장은 “고급화를 꾀하고 있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성능이 보증된 한국 부품 업체들을 찾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업체들은 최근 수년 새 매출이 두 배 이상 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도 삼성에 납품하며 검증된 실력이면 최근 떠오르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기업 대 기업(B2B) 전자상거래 사이트도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 중국은 영토가 워낙 넓어 전자·자동차 등 분야의 완성품 업체들이 범용 부품을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물류회사인 백세물류의 권영소 이사는 “한국보다 훨씬 질 낮은 제품을 만드는 중국 부품업체들이 온라인 판매를 통해 큰돈을 버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한국 기업도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윤선 베이징·상하이/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