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에서 비슷한 주제의 논문이 있으면 가차 없이 떨어뜨리더라고요. 이처럼 엄격하게 새 아이디어만 평가하는 곳은 처음입니다.” 최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연구과제에 응모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사장 국양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사진)은 지난해 8월 연구진흥 목적의 공익 연구재단으로 출범했으며, 삼성전자가 5000억원을 내놨다. 수리과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분야 및 융복합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부터 특허출원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재단은 설립 취지에 따라 연구과제를 심사할 때 ‘독창성’을 최우선적으로 들여다본다. 응모자의 이름과 소속은 중요하지 않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의 틀을 허무는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유일 또는 세계 최고의 독창적인 프런티어 연구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연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연구과제 평가 및 지원 방법이 미국의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이나 국가과학재단(NSF)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들 기관은 미국 정부 차원에서 10~20년 뒤 먹거리를 찾는 일을 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이처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연구과제를 뽑다 보니 참신하고 혁신적인 주제가 많이 나온다.

이원재 서울대 교수의 ‘장뇌축(gut-brain-axis) 연구’가 대표적이다. 장이 두뇌와 미주신경을 통해 소통하면서 사실상 ‘제2 두뇌’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이론이다. 층간소음을 혁신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스큐메타포러스’ 소재(김윤영 서울대 교수 연구)도 재단 연구과제 선정을 통해 소개됐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