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과부가 울면서 19세기의 랍비 이스라엘 살란터에게 말했다. 그 지역의 부자가 자기 아들이 징집되지 않도록 관계 당국에 손을 쓴 탓에 과부 아들이 징집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시나고그(회당)에 간 살란터는 한 남자가 기도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일어났을 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하나님과 토라를 믿지 않는 이교도이므로 기도예배를 인도해선 안 됩니다.” 다른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말했다.

이유를 묻자 랍비가 말했다. “기도한다는 것이 믿는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습니다. 당신들이 토라를 진정한 하나님의 목소리라고 믿는다면 어떻게 감히 ‘과부를 학대하지 말고, 힘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불공정한 재판을 하지 말라’는 토라의 율법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유대인의 상속 이야기》는 숱한 고난 속에서도 유대인을 규합하고 이끌어온 그들의 정신 유산에 대해 들려준다. 오랜 세월 스승이 돼온 랍비를 통해 가르치는 현명한 삶의 교육, 청소년기에 반드시 배우고 체험하는 수난의 역사, 체계적이고 실전에 강한 군대 양성, 협동과 단결을 우선하는 민족의식 등이 어떻게 뿌리 내리고 후대에 전승됐는지 이야기한다.

신을 믿고 따르되 그것으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생각, 무조건 용서하기보다 상대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악행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게 반드시 깨닫게 해야 한다는 용서 철학 등 유대인이 상속받아온 정신 유산을 40가지로 간추려 전하고 있다. 랍비 살란터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물질적인 풍요와 이웃의 영혼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웃의 물질적인 풍요와 자신의 영혼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