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直購혁명, '逆직구'로 돌파해야
요즘 소비자는 두 종류가 있다. 직구(直購)하는 소비자와 직구 안 하는 소비자다. 그만큼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직접구매’하는 게 흔한 소비생활이 됐고, 직구를 할 줄 알아야 알뜰소비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직구라는 유통혁명은 이제 기업도 제대로 인터넷판매를 할 줄 아는 기업과 흉내만 내는 기업, 두 종류로 나눌 태세다. 이 유통혁명을 무시하다가는 뜨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지는 기업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해외직구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소비자후생 증대다. 직구를 하는 소비자는 해외 유명상품을 반값, 아니 반의 반값에 살 수 있다. 한국산 TV와 휴대폰조차 직구하는 게 훨씬 더 싸다. 이쯤 되면 폭리를 취하던 수입업체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국내 수출대기업 또한 해외에선 싸게 팔고 국내 소비자에겐 비싸게 파는 잘못된 관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직구는 유통혁명이자 동시에 소비자혁명인 셈이다.

직구는 소비자물가 안정이라는 부수적인 이득도 안겨준다. 해외 인터넷쇼핑몰과 경쟁해야 하는 수업업체는 수입품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고, 국내 수출대기업 또한 국내 공급가격을 낮추게 될 것이다. 과거 수십년간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값싼 중국산 제품이었는데, 이제는 직구 덕분에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직구의 그늘 또한 만만찮다. 먼저 국내 도소매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마존 같은 해외 인터넷쇼핑몰과 직접 경쟁해 버텨낼 국내 유통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직구가 걸음마단계지만, 국내외 유통업체가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돌입할 경우 그 충격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내수 제조업체의 타격도 상당하다. 직구혁명으로 내수 제조업체는 내수시장에서조차 외국 제조업체와 경쟁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의류 제조업체가 대표적인 예다. ‘직구의 달인’ 입장에서 볼 때, 국내 중간 수준의 옷 가격이나 외국 유명브랜드 옷 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 화장품, 심지어 의약품까지 직구의 범위로 흡수되면서 이제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더 이상 국내소비 회복이 기업생산과 투자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내수침체임을 감안할 때, 과거의 내수활성화 대책으로는 더 이상 내수활성화를 이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비자 피해 또한 직구의 폐해로 지적할 수 있다. 해외 직구에 대해서는 소비자보상제도 관련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은 직구혁명으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국내 유통망뿐만 아니라 해외 유통망까지 갖춰야 한다. 직구로 인한 위기를 ‘역(逆)직구’로 돌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금, 내수에 안주하던 제조업체는 이제 외국 제조업체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어낼 능력을 갖춰야 한다. 소비자에 대한 인식과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도 필수다.

패러다임 변화를 수반하는 혁명기에는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직구와 역직구의 활성화 기반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소비자가 편안하게 국내 인터넷쇼핑몰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수출 플랫폼과 물류, 통관 등 국가 간 전자상거래 애로도 해결해야 한다. 외국 업체를 능가하는 강소기업을 유통업계와 제조업계에서 대량 육성하는 것도 정부의 뒷받침 아래서 가능하다. 직구혁명과 역직구혁명, 정부가 기반을 닦고 기업이 생존의 문제로 인식할 때 가능하다.

이준협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sododuk1@hr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