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넘은 임금인상 경쟁력 훼손
임금체계 개편에 먼저 합의해야"
이승길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glee79@ajou.ac.kr >
지난해 갑작스럽게 바뀐 ‘60세 정년 의무화’ 법안은 2016년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되,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은 의무화가 아닌 노사 간 협의로 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 노조는 60세 정년을 법적 기한인 2016년이 아닌 즉각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역시 일부 노조는 임금을 전혀 삭감하지 않으면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금년도 산업계 최대 현안은 ‘통상임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상여금일지라도 ‘고정성’이 결여된 경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 강성 노조는 대법원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금년도 임단협에서 정기상여금은 무조건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수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최근 원화 절상(환율 하락)과 대내외 경기 부진으로 경영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일부 대형 사업장 노조는 고정성이 없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주고, 별도로 기본급과 성과급까지 올려달라면서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이럴 경우 총액인건비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자동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런데도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회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노동계의 주장대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고 기본급과 성과급까지 올려주게 될 경우 해당 기업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명약관화하다. 생산성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 한 연장근로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국내 공장에서의 생산물량 축소 및 해외 생산물량 확대로 나타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업장 근로자는 물론 연관 산업 근로자 및 국가 전체적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국내 공장은 미국,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생산기지 중 한 곳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지나치게 상승한다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국내 공장의 생산량을 확 줄이고 해외 공장의 생산물량은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
현대차처럼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회사일수록 노조는 파업 등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면서까지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주장해서는 안 되며, 회사 역시 끝까지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최근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관련 과정을 찬찬히 복기해 보면 실로 엄청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에는 재난(災難)이며 근로자에게는 횡재(橫財)로서, 양측이 매우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에 이른 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정기상여금의 고정성 여부에 관한 해석에 대해 노사 간 입장이 대립하는 경우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노사가 원만히 선(先)합의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현재 지급되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다시금 법원의 판단을 기다린 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게 정도다. 산업현장의 통상임금 광풍(狂風)이 이대로 확산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승길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glee79@aj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