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데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고혈압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남성은 1주일에 140g(소주 2병 또는 맥주 7캔), 여성은 절반인 70g 이내로 알코올을 섭취했는데도 지방간이 있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해당한다.

박성근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 교수팀은 건강검진 당시 전고혈압(고혈압 전단계)이나 고혈압이 아닌 것으로 진단됐던 남성 1만1350명을 최근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중증 지방간 환자일수록 고혈압 발생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발표했다.

박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전고혈압·고혈압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고 뇌경색과 허혈성 심장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다른 만성간염처럼 지방간염(간세포가 파괴되는 염증상태)을 거쳐 간경변(간 조직이 섬유화되고 간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 또는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 섭취가 적은데도 간에 있는 지방량이 5% 이상 증가하는 질병이다. 비만·당뇨병·고지혈증을 유발하거나 이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병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전문의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예방하려면 체중 감량, 정기적 운동, 식습관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