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규제의 적용 여부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이른바 ‘그레이존(gray zone) 해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기업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규제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던 의원입법도 사후에 규제의 영향을 평가해 적절성을 따지기로 했다. 또 모든 규제를 비용으로 따져 관리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제 방식의 규제도 확대할 계획이다.

▶본지 8월12일자 A1, 3면 참조

국무조정실은 1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인 규제비용총량제와 규제개혁신문고 도입 방안을 발표했고 6월 입법예고를 거쳐 이날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1998년 행정규제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바뀐 것이다. 37개 조문 중 16개가 개정되고 13개는 신설됐다.

정부는 우선 그레이존 해소 제도의 이용 대상을 당초 기업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개정안대로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이나 일반인이 추진하는 신사업 또는 신규 투자가 기존 규제에 저촉되는지 한 달 내에 알려줘야 한다. 또 기업이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규제 보완 방안을 마련해오면 정부가 2~3개월 안에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탄력 적용 방안(기업 제안 방식 규제개선제도)’을 시행한다.

개정안에는 소상공인과 상시근로자 수 10인 미만의 소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면제해 주거나 완화해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의원입법 규제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그 비용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의원입법을 포함한 모든 행정 규제에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의원입법 규제 등 사전에 규제영향 평가를 받지 않은 규제를 사후에 평가해 재정비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도입된 지 2~3년이 지난 의원입법 규제 중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규제를 평가해 실효성을 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개혁신문고 제도는 예정대로 법제화한다. 정부 각 부처는 신문고에 접수된 규제 민원에 대해 관련 분야 책임자가 실명으로 14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답변하거나 존치 이유를 3개월 내 소명해야 한다.

신설 규제는 원칙적으로 일몰제를 적용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도 병행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매년 규제개혁 현황을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