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종 "라오스처럼…미얀마 '새마을 한류' 가능성 보았죠"
“미얀마 전역에서 새마을운동이 불고 있어요.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최근 미얀마를 방문하고 돌아온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장(사진)의 말이다. 취임 후 라오스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이곳에서 그는 새마을운동 ‘한류’의 가능성을 봤다. 3년차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따나핀, 동파운지 마을을 방문해 주민을 격려하고 사업 상황을 점검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해요. 전기도 없고 우물도 없고, 빗물 고이면 그걸 마시고 쓰고. 마을과 논을 잇는 목재 다리를 놔서 트랙터가 지나갈 길을 만들어 주니까 그렇게 좋아하더군요. 관개시설 만들어달라는데 그럴 여력은 못 되고….”

심 회장은 현지에서 새마을운동 추진부서인 협동부 장관으로부터 “한국제 트랙터를 들여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대세인 중국제 트랙터는 고장이 잦지만 한국제는 10년도 너끈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계약 요건 등이 맞지 않아 국내 공급주체인 A사가 시큰둥한 상태라고 했다. “현지 인프라가 안 좋아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를 꺼려요. 물꼬를 미리 터 놓으면 나중에 사업이 상당히 클 만한데 당장 돈이 안돼서인지. 현지에서 이백순 주미안먀대사도 국내 기업을 연결시키려고 백방으로 뛰던데, 참 아쉬워했습니다.”

지난해 새마을복합센터가 완공된 동파운지 마을에서 그는 현지어로 ‘우리도 할 수 있다’ ‘실천이 힘이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곳곳에서 봤다. 협동부는 현재 2개 마을 시범사업을 미얀마 전역 15개 주로 확대할 것을 중앙회 측에 요청했다고 했다.

심 회장은 미얀마를 ‘제2의 라오스’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오스는 새마을운동을 펼치기 전보다 가구당 소득이 2~3배 증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춤말리 라오스 대통령이 서울 롯데호텔 만찬에서 예정시간을 1시간 넘겨가면서까지 새마을운동에 대해 경청하고 토론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코라오홀딩스라는 걸출한 국내 기업이 활약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요.” 심 회장은 지난 11일에는 레소토 남아공 국왕 내외와 함께 향후 새마을운동 추진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 밖에 시범사업 6년차에 접어든 우간다, 탄자니아 등에서는 자생적인 새마을운동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심 회장은 그러나 일각에서 보내는 시선이 아쉽다고 했다. “밖에서는 (새마을운동을) 배우지 못해서 난리인데, 단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결시켜 평가절하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정치권, 정부 인식을 바꾸고 기업들도 적극 후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심 회장은 성균관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사회학 석사·박사를 딴 뒤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9년 2월부터 4년간 17대 총장을 지냈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세계 각국에서 각광받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존재하는 시기와 형태가 다른데, 구시대 유물로 보면 안 된다. 새마을운동과 연계해 기업들이 진출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재차 당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