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집무실에는 주가전광판이 있다. 전임 총리 시절에는 없던 일이다. 장기 집권을 꿈꾸는 아베 총리가 이처럼 유독 주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총리 재임기간과 주가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세계 2차대전 후 총리 재임기간에 닛케이225지수가 상승한 20명 총리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7개월이었다. 재임기간이 2798일로 가장 길었던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1964년 11월9일~1972년 7월7일)의 경우 지수가 207% 올랐다. 그는 1965년 전후 처음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서 그해 11월부터 57개월간 이어진 호황기인 ‘이자나기 경기’의 시작을 이끌었다. 일본전신전화(NTT)의 민영화 등 민간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도 재임기간 지수가 187% 뛰면서 1806일 동안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재임 기간 지수가 93% 상승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는 사토 전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긴 2248일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지수가 하락한 10명(이토 마사요시 임시 총리 제외)의 전 총리는 재임기간이 평균 1년4개월에 그쳤다. 증시 하락률이 최대였던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역풍에 휘말려 1년 남짓한 387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 퇴진이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될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도 재임 기간 증시가 26% 하락한 가운데 임기를 365일 만에 끝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 말 아베 총리가 성장전략의 신속한 실행을 장관들에게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소비세 재인상과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등 난제를 안고 있는 아베 정부가 생명줄인 주가를 더 이상 떨어뜨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