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등기임원이 받는 평균 연봉은 근로자의 51배에 달하지만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에 비하면 연봉 격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등기임원 개별 보수 공개’ 제도가 시행된 이후 대기업 임원들이 과도한 연봉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사 결과여서 주목된다.

"한국, 임원-근로자 연봉격차 51배…美·獨 등 선진국보다 훨씬 낮다"
재계의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주요국의 기업 대표이사 등 등기임원과 근로자 간 평균 연봉 격차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한국 기업의 임원과 근로자 연봉 격차는 51배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 기업(S&P500지수 기업)의 연봉 격차는 354배에 달했다. 또 독일(147배) 프랑스(104배) 스웨덴(89배) 일본(67배) 등의 기업도 국내 기업보다 등기임원과 근로자 간 연봉 격차가 훨씬 컸다. 한경연이 조사한 20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연봉 격차가 적은 나라는 덴마크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3개국에 불과했다.

국회는 지난해 5월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기업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 자본시장법을 통과시켰다. 실적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받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분기·반기보고서 및 연간 사업보고서에 등기임원 개별연봉을 공개하고 있다.

김현종 한경연 연구위원은 “기업의 시장가치가 높아질수록 임원 보수도 증가하고,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도 커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 시행 중인 등기임원 개별보수 공개 제도는 기업가치 상승을 막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연봉 공개 대상을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야당 측 입법 발의안(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의 문제점도 짚었다.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대다수 국가에서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만 보수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연봉 공개 시점을 3개월 단위로 규정한 현행 법 규정도 서둘러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