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 공모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상장공모의 열기가 유상증자 공모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수백 대 1의 청약경쟁이 줄을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 참여로 당장 싼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지만 종목에 따라서는 위험성도 큰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모주 흥행 열기 유상증자로 옮겨 붙었다
○하반기 평균 청약경쟁률 419 대 1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진행된 12건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가운데 11건이 모집금액을 모두 채웠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419 대 1이었다. 6건이 청약경쟁률 100 대 1을 넘겼고, 1000 대 1을 넘긴 사례도 있었다.

고압가스 용기업체인 엔케이가 지난 7일 주주배정 후 남은 7억3686만원 규모 주식에 대해 진행한 일반공모에서는 1369억여원이 몰려 1859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공모주 가운데 가장 높았던 지난 4~5일 감마누의 청약경쟁률(1389 대 1)을 웃도는 수치다. 시세에 비해 25% 할인된 증자 공모가를 보고 투자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용 칩 업체인 아진엑스텍이 지난달 15일 실시한 유상증자는 876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4%의 낮은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10억원 모집에 8763억원의 일반투자자 자금이 몰렸다.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파루가 지난달 11일 진행한 4억6681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유상증자에는 3810억원이 몰려 816 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신재생에너지 업체 키스톤글로벌은 하반기 유상증자 일반공모에서 유일하게 청약모집 주식을 채우지 못했지만 할인율이 0%였는데도 선전했다.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보고 들어온 투자자들 덕분에 지난 1일 80%의 청약률을 보였다. 공모가는 500원이었으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611원을 기록했다.

○공모주 물량 못 받은 자금 몰려

유상증자 일반공모에 자금이 몰리는 것에 대해 공모주 투자 열기가 전이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 기조 등으로 유동자금이 공모주에 몰렸으나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유상증자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오진택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공모주 청약에 1000 대 1의 경쟁률을 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청약받지 못하고 빠져나오는 증거금이 유상증자로 흘러가는 추세”라며 “유상증자 공모는 할인율만큼의 차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리스크가 적으면서 은행 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상황에 따라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소프트웨어업체인 큐로컴은 지난달 24일 10% 할인된 가격인 1135원에 유상증자를 진행했으나 현재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1105원이다. 또 유상증자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면서 공모주와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이 원하는 물량만큼 주식을 배정받기도 어려워졌다.

오진택 펀드매니저는 “유상증자에 투자할 때는 기업이 한계상황에 직면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며 “재무 건전성을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