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 화인테크놀리지 사장(오른쪽)이 양산공장에서 직원과 산업용 테이프 기술개발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영옥 화인테크놀리지 사장(오른쪽)이 양산공장에서 직원과 산업용 테이프 기술개발 방향을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남 양산의 어곡산업단지. 어곡(魚谷)은 ‘물고기가 넘쳐나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이 단지의 매봉산 중턱에 있는 화인테크놀리지(사장 서영옥·59)에 들어서면 양산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회사 식당은 카페처럼 다양한 색깔의 벽돌로 꾸며져 있다. 공장 안에서는 산업용 테이프를 만드는 공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점착 소재 배합에서 코팅, 감기(winding), 숙성, 절단, 검사, 포장으로 이어진다.

산업용 테이프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포장용 테이프처럼 단단히 붙이는 용도와 잠시 붙였다 떼어내는 용도의 제품이 있다. 화인테크놀리지가 만드는 것은 후자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점착제가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서 사장은 “열을 가하거나 자외선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박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깔끔하게 떼어내는 기술이 이 회사의 경쟁력이다. 화인테크놀리지가 만드는 테이프는 전기전자용과 표면보호용이다. 전기전자용 테이프는 반도체 PCB 세라믹콘덴서 등을 생산할 때 지지용으로 쓰는 테이프다. 표면보호용은 건자재 자동차 등의 신제품에 잠시 붙였다 떼어내는 제품이다.

◆매출 70% 수출로 달성

생산 제품은 일본 독일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 10개국에 수출한다. 연간 수출액은 약 1000만달러, 작년 매출은 146억원이었다. 종업원 40여명의 중소기업으로 일군 성과다. 서 사장은 “생산제품의 70%가량을 수출하며 특히 일본 대만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품질이 좋고 경쟁사인 일본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는 발로 뛰며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서 사장은 “한창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뛰던 2000년대 초반에는 1년에 절반이 넘는 187일 동안 해외 출장을 다닌 적도 있다”고 했다. 서 사장의 대한항공 탑승 횟수는 1000회가 넘는다.

◆기술개발 특허 9건 확보

서 사장은 1987년 유니온화학을 창업한 뒤 1998년 제2의 창업으로 화인테크놀리지를 설립했다. 산업용테이프 생산만 27년째다. 그는 기술에 관심이 많아 공업전문대 화학과를 나온 뒤 페인트 관련회사에서 일했다. 주경야독으로 동아대에서 공학박사(고분자공학) 학위까지 받았다. 이런 노력 끝에 점착제 물성 연구개발에 나서 ‘반도체 웨이퍼 가공용 점착시트’ 등 9건의 발명특허를 따냈다.

일부 제품은 대기업인 삼성전기와의 협력으로 국산화했다. 삼성전기는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이 회사에 원가혁신부문 우수상(2007년)과 윈윈대상(2011년)을 수여했다.

◆‘더불어 사는 경영’으로 불황 몰라

중소기업 중에는 요즘 불황에 허덕이는 곳이 많다. 하지만 화인테크놀리지는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시장 다변화와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 사장은 ‘더불어 사는 경영’을 추구한다. 교육을 중시하고 해마다 사내에서 음악회도 열고 있다. 양산에서 나고 자라 공장까지 세운 서 사장은 “화인테크놀리지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 어곡으로 물고기 대신 달러를 몰고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산(경남)=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