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3일 오후 3시24분

캐피털사들이 자동차 장기할부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를 낳고 있다. 할부금 부담이 낮아진 만큼 소득 대비 고가의 자동차를 매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캐피털사와 카드사들의 할부금융 잔액은 11조1385억원으로 작년 동기(9조2846억원)보다 20% 증가했다. 2010년 3월 말(5조6738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약 두 배로 늘어났다. 연간 승용차 판매 대수가 201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할부금융 대상 상품의 90%는 자동차다.

캐피털업계 전문가들은 할부금융 자산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장기계약 증가를 꼽고 있다. 연간 신규 취급액은 최근 수년간 큰 변동이 없지만 12개월 이상 할부 계약이 늘면서 캐피털사와 카드사의 관련 자산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별로는 자산 규모 3위인 JB우리캐피탈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JB우리캐피탈은 최장 72개월 할부 서비스와 목돈을 나중에 내는 ‘유예할부’ 서비스 등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영업을 강화해 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할부금융 자산은 1조160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8%(1792억원) 늘었다. 작년 한 해 동안 53%(3407억원) 급증했다. 업계 1위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자산도 3월 말 5조4148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2%(6149억원) 늘어났다.

문제는 할부금융 계약의 장기화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와 비슷하게 소득이 적은 구매자의 고가 자동차 구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영환 서울신용평가 상무는 “빠른 자산 증가 초기엔 연체율이 낮아지는 ‘착시 효과’가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