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나가"
서피스프로3 내놓은 MS
맥북에어와 직접 비교광고
화면터치· 펜입력 등 자랑
"어떤 시를 쓸래?"
애플, MS 공세 철저히 외면
대응없이 이미지 광고 집중
가을에 새 OS로 업그레이드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이 바짝 오른 상태다. 전임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 시절 ‘디바이스&서비스’를 기치로 걸고 서피스 태블릿 사업을 적극 추진했지만 지금까지 쌓인 적자가 17억달러에 달한다. 제품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자 한꺼번에 왕창 부실로 처리하기도 했다. 세 번째 제품인 서피스프로3마저 실패하면 물러설 곳이 없다.
○맥북에어 비교 서피스프로3 광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8일 한국 중국 등 25개 국가에서 서피스프로3를 발매한다. 미국 일본 캐나다에서는 이미 판매하고 있어 판매 국가가 28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맞춰 최근 30초짜리 광고 세 편을 내놓았다. 한결같이 맥북에어를 타깃으로 잡았다.
‘크라우디드’ 편에서는 두 사람이 서피스프로3와 맥북에어를 사용하며 대화한다. 서피스 사용자는 서피스프로3에서는 되고 맥북에어에서는 안 되는 기능을 열거하며 자랑한다. 그러고는 “생각보다 강력하다면서?”라고 놀린다. 애플 광고 카피 ‘당신은 생각보다 강합니다’를 비꼰 말이다. 광고는 “태블릿이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말로 끝난다.
‘헤드투헤드’ 편에서도 서피스프로3와 맥북에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크라우디드’ 편에서와 마찬가지로 화면 터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 펜 입력이 된다는 점, 착탈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서피스프로3를 자랑한다. 사용자의 말 대신 한국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게 특징이다.
○애플은 외면하기 전략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1’과 ‘서피스2’ 때도 애플 아이패드와 비교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이 아이패드도 꺾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패드를 제끼고 “맥북에어 나와!”라고 큰소리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애플은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어떤 시를 쓸래?’ 광고를 줄기차게 내보낸다.
애플의 광고 테마 ‘어떤 시를 쓸래?’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국어선생 키팅이 학생들에게 월트 휘트먼의 시를 들려주며 “너희도 시를 쓸 수 있다” “어떤 시를 쓸래?(What will your verse be?)”라고 묻는 대목에서 따온 것이다. 한때 영화 속 음성을 광고에 그대로 쓰기도 했다. (키팅 역을 맡았던 로빈 윌리엄스는 지난 11일 세상을 떠났다)
애플은 태블릿 선발주자로서 이미지에 집중하는 광고 전략을 쓰고 있다. 줄곧 아이패드를 활용해 자신만의 시(삶의 기록)를 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 2분기에 아이패드 판매 대수가 줄고 시장점유율이 떨어져 애플로서도 초조한 상황이다. 서피스프로3가 호평받고 있다는 점도 신경이 쓰일 수 있다. 그런데도 철저히 외면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맥북에어 비교만으로도 절반의 성공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서피스프로3를 공개할 때부터 맥북에어를 타깃으로 지목했다. 이 바람에 두 제품을 비교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하드웨어 스펙만 놓고 보면 서피스프로3가 낫다는 평도 있었고 성능도 쓸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사용했을 때 만족스러울지가 관건이고 가격이 비싼 편이라는 게 문제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드웨어 스펙만으로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고사양 부품을 채우고 얼마나 성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와 주변환경(에코시스템)도 변수다. 애플은 9~10월 중 모바일 운영체제(OS) iOS8과 맥OS ‘요세미티’를 내놓으면서 아이폰·아이패드와 맥의 연동을 강화한다. 사진 기능과 클라우드 기능을 강화하고, 운동·건강 추적 서비스도 내놓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프로3가 단숨에 맥북에어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서피스프로3는 서피스1이나 서피스2보다 많이 팔릴 가능성이 크다. ‘대박’이 아니라면 ‘중박’이나 ‘소박’은 가능할 수 있다. 어떻든 서피스프로3를 내놓으면서 맥북에어와 비교하는 광고로 주목을 끈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wang8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