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기업들이 담합해 상품의 시장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후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제3의 기업이 이 가격에 맞춰 상품을 팔았다. 제3의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산 소비자는 손해를 봤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다. 이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상품을 판 제3의 기업에 있을까, 아니면 애초 담합을 한 기업들에 있을까.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제3의 기업이 담합기업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 그로 인해 손해를 본 소비자(B2B 거래의 경우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3의 기업이 아닌 담합에 가담한 기업에 물을 수 있다고 지난 6월 판결했다.

공정위 측은 이처럼 경쟁법 위반 혐의에 대한 EU 내 제재 수위와 손해배상 금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성근 국제협력과장은 “담합에 따라 애초에 시장가격이 왜곡됐다면 담합 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불필요하게 담합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LG전자와 삼성SDI는 2012년 유럽에서 CRT(브라운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유럽 경쟁당국으로부터 총 6억42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세종=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