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 먼저 한국 찾는 건
평화를 위해 기도하려는 염원
14일부터 시작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12일 이렇게 말했다. 교황 방한 이틀을 앞두고 이날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서다. 강 주교는 제국과 황제의 의미가 담긴 교황 대신 교종(敎宗·교회의 우두머리)이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담화문에서 그는 남북 냉전 구도, 이웃 나라들과의 갈등, 양극화,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 사고와 군대 내 폭력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교종께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우리 곁에 오셔서 위로와 희망의 복음을 들려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담화문 발표에 이은 기자간담회에서 강 주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쫓을 순 없다”며 오는 16일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열릴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대한 강제퇴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식을 바닷속으로 떠나보낸 이들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그분들의 염원이 관철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행사 때문에 그들이 쫓겨나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예수님께 사랑의 미사를 드릴 순 없지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등 많은 사람이 교황의 관심과 도움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주교는 “구체적인 현실 상황에 대한 구체적 조언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교회 수장으로서 복음의 큰 원칙과 현대의 여러 나라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조언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가 경제·정치·사회 등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요구한 연장선에서 말씀하시겠지만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프란치스코 교종이 124위 순교자의 시복미사를 손수 주례하고자 방문하는 것은 진리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교자들의 충성과 신의를, 물질주의와 상대주의적 가치관에 파묻혀 사는 우리가 본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주교는 “방한 기간에 대규모 집회와 행사로 곳곳에서 많은 불편을 겪게 해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