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뗀 삼성 바이오 '갤럭시 신화' 쓸까
인천 송도국제도시 5공구에 자리잡은 삼성 바이오 캠퍼스.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입주한 곳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개발·판매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개발실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등 7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느라 분주하다. 이웃에 있는 의약품 제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공장에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문한 바이오 시제품 생산이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초 18만L의 생산능력을 갖춰 스위스 론자(24만L), 독일 베링거인겔하임(22만L)의 뒤를 잇는 세계 3위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삼성은 2020년 글로벌 바이오·제약 업계 10위 진입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2조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을 1조8000억원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갤럭시 신화 이을 신수종 사업

걸음마 뗀 삼성 바이오 '갤럭시 신화' 쓸까
요즘 삼성의 최대 화두는 ‘차세대 먹거리’다. 이익에서 화수분 역할을 해온 스마트폰 사업이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맞고 있어서다. 최근 바이오 사업이 빠르게 안착하면서 ‘포스트 갤럭시폰’의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수시로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등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바이오는 2010년 의료기기, LED(발광다이오드), 자동차용 전지, 태양전지 등과 함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됐지만, 사업 경험이 전무한 탓에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것은 반도체 등 삼성의 양산 기술력을 접목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삼성은 반도체, TV,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데 주효했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을 바이오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선진 제약기술을 익히고 빠른 시간 내 안정적 매출을 내기 위해 CMO 사업을 선택했다. 신약에 비해 실패 확률이 낮고 개발 비용도 적게 드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여전한것은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전략 없이는 삼성이 조기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제조 경쟁력의 힘

설립한지 2~3년밖에 안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벌써부터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의약품 제조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설비 공법 노하우를 적용해 의약품 제조원가를 낮췄다. 공장 설계부터 건설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 공법’을 써서 통상 4년인 공장 설립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삼성이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후발주자지만 그동안 쌓은 제조 양산 기술을 활용해 의약품 제조 분야에서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룹의 탄탄한 자금력도 한몫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프로젝트별로 20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프로젝트 7개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2016년 출시 예정인 엔브렐(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레미케이드·휴미라(류머티즘 관절염), 허셉틴(유방암), 란투스(인슐린) 등이 그것이다.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판로도 이미 확보했다. 세계 4위 제약사인 미국 머크샤프앤드돔(MSD)이 140여개국의 유통·판매를 맡기로 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등의 임상 결과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박영태/조미현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