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미국계 로펌 폴헤이스팅스의 김종한 서울사무소 대표(미국법 자문사·사진)는 한국기업을 겨냥한 국제소송이 잇따르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민사사건인 특허침해와 달리 형사사건인 영업비밀 침해는 벌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임직원이 구속되는 등 파장이 큰데도 기업 최고경영진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신기술을 빨리 확보하기 위해 퇴직한 외국기술자를 영입하거나 컨설팅 등 명목으로 기술을 전수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영업비밀을 훔쳤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휴가를 반납했다. 미국을 오가며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한국 최고경영진에게 판결 내용과 로펌의 전략을 설명하는 등 한국기업 관련 사건이 수북이 쌓여 있어서다. 현재 맡고 있는 대표적 사건은 듀폰-코오롱, 샌디스크-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등이다. 대한항공 및 LG디스플레이의 담합소송, 롯데케미칼의 영업비밀침해 소송도 그의 손을 거쳤다. 이전에는 인수합병(M&A)이 전공이었다. 월마트를 대리해 월마트코리아를 신세계에 매각했으며, 필라코리아를 대리해 필라 본사를 인수했다. 김 대표는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외국기업들이 ‘한국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뒤 합의금을 받아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떠들고 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며 “영업비밀침해 소송의 주 타깃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한국기업도 방심해선 안되며 사건이 터지면 최고전문가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최근 동향에 대한 관심도 주문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백악관과 국무부 출신의 미국 정부 전직 관료들과 한국 진출 기업 지사장들 간 모임에서 ‘한국 세관이 원산지를 문제 삼아 통관을 지연시키는 등 FTA 규정 위반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와 놀랐다”며 “이는 한국기업의 대미수출에서 보복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폴헤이스팅스는 미국에 본사가 있으며,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등 20개 사무소에서 1000여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2012년 11월 한국에 진출했으며, 소송팀 자본시장팀 M&A팀 등 3개팀에 변호사가 10명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