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특허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기술 혁신이나 제품 마케팅보다 특허를 통한 경쟁사 견제에 열을 올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공격이 거세다.

앞서 나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소송은 애플의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공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로열티 소송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업이익이 7조원대 초반으로 추락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가 또다시 ‘특허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MS, 로열티 수입만 매년 2조원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분기 세계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2억4960만대가 팔렸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84.6%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가장 많은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기업은 구글이 아니라 MS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무료로 배포하는 반면, MS는 2010년 미국 법원 등에 소송을 제기해 안드로이드 OS 기능 중 일부가 MS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덕분이다. 스마트폰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동시에 띄우는 ‘멀티 윈도’ 기능 등이다.

이후 MS는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 20여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조업체들에서 특허 사용료를 받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MS의 안드로이드 관련 로열티 수익을 연간 20억달러(약 2조1000억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MS의 윈도폰 매출(3억4700만달러)보다 훨씬 많다.

이번 소송의 관건은 MS의 노키아 인수가 삼성전자와 MS가 2011년 맺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에 영향을 미치느냐 여부다. 휴대폰 제조사가 된 MS도 삼성전자의 휴대폰 특허를 쓸 수밖에 없는 만큼 기존 계약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MS-노키아-애플의 전방위 공격

MS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이유는 로열티를 챙기기 위해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판매량이 많아 로열티 규모도 크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MS는 지난달 말 윈도 OS를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 루미아530을 공개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MS는 저가 스마트폰 공급을 확대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노키아도 ‘특허괴물’로 변신해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특허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키아는 미국과 유럽에서만 각각 2만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LTE) 특허도 전체의 19%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과 1·2차 스마트폰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열린 2차 특허소송에선 배심원단이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을 내렸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0만달러(약 1230억원),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약 1억6300만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미국 재판부의 최종 판결은 연말께 나올 전망이다. 1차 특허소송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9억3000만달러(약 9574억원)를 배상하도록 하는 판결이 나온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계 휴대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수록 MS 노키아 등이 수익 확보를 위해 특허 수수료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MS 노키아 애플 등의 협공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설리/박영태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