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이름 넣어주세요"…불붙은 지하철 驛名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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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서울 1~9호선 학교名 들어간 역 22곳…국민·서경대 등 우이선 역명 先占경쟁
서울대입구역·총신대입구역 등 지하철역과 학교간 거리 1㎞ 넘기도
서울 1~9호선 학교名 들어간 역 22곳…국민·서경대 등 우이선 역명 先占경쟁
서울대입구역·총신대입구역 등 지하철역과 학교간 거리 1㎞ 넘기도
서울 도봉구는 최근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 ‘둘리역’이라는 명칭도 함께 써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둘리역은 국산 애니메이션인 ‘아기공룡 둘리’에서 따온 것이다. 이 만화는 주인공 둘리가 쌍문동에 있는 고길동 집에서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도봉구는 내년 상반기 쌍문역 인근에 둘리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으로, 역 이름도 이에 맞춰 바꾸겠다는 것이다. 서울 등 전국 지하철에서 특정 캐릭터가 이름에 들어간 역은 지금까지 한 곳도 없다.
수도권 전철·지하철 노선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역명을 놓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교 등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인지도와 수험생들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건 역명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역이름 들어간 학교 인지도 상승
1일 서울시와 코레일에 따르면 올 들어 총 3개 역명이 변경됐다. 지난 3월엔 수도권 전철 경의선 서강역이 서강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강대는 2012년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서명 운동과 거리 시위까지 벌인 끝에 역명 변경에 성공했다. 같은 달 6호선 녹사평역이 녹사평(용산구청)역으로, 4월엔 2호선 왕십리역이 왕십리(성동구청)역으로 변경됐다.
지하철역 이름에 사활을 건 대표적인 기관은 각 대학이다. 매일 지하철을 타는 수십만명의 승객을 대상으로 손쉽게 학교 이름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학교 이름이 들어간 지하철역은 22곳이다. 2016년 완공되는 경전철 우이선(우이~신설동) 역 이름을 놓고 벌써부터 인근 덕성여대와 국민대, 서경대는 유치 경쟁에 들어갔다.
학교 이름을 역명에 넣어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는 광운대다. 지난해 1월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은 광운대역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노원구와 광운대 측이 코레일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지난해 1월 광운대역이 성북역의 새 이름으로 확정됐다. 광운대 관계자는 “지방 수험생들에겐 서울 지하철 역명을 가진 학교인지 여부가 진학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광운대는 역 이름 변경에 따라 표지판 교체 등에 들어간 수백만원의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서울시, 내년부터 역 이름 병기 재추진
학교 이름을 지하철역에 표기하길 원하는 대학은 많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서울시와 코레일이 2006년부터 지하철역에 대학이나 기업 명칭을 붙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려대처럼 역사가 대학 부지에 들어와 있는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서울시는 내년부터 일부 역을 중심으로 기업이나 대학 이름을 부(副)역명으로 넣는 방안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맥킨지컨설팅은 지난해 서울시의 의뢰로 실시한 컨설팅에서 역 이름 병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신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서울대 등은 부역명을 넣는 대가로 연간 1000만원 안팎의 사용료를 코레일 측에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의 치열한 역 이름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작지 않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 정문과의 거리가 2㎞ 정도로, 도보로 30분가량 걸린다.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도 총신대와의 거리가 1㎞를 넘어 도보로 20분 남짓 걸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학교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도 무작정 홍보를 위해 역 이름 병기를 요구하는 기관이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수도권 전철·지하철 노선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역명을 놓고 각 지방자치단체와 대학교 등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인지도와 수험생들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건 역명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역이름 들어간 학교 인지도 상승
1일 서울시와 코레일에 따르면 올 들어 총 3개 역명이 변경됐다. 지난 3월엔 수도권 전철 경의선 서강역이 서강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서강대는 2012년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서명 운동과 거리 시위까지 벌인 끝에 역명 변경에 성공했다. 같은 달 6호선 녹사평역이 녹사평(용산구청)역으로, 4월엔 2호선 왕십리역이 왕십리(성동구청)역으로 변경됐다.
지하철역 이름에 사활을 건 대표적인 기관은 각 대학이다. 매일 지하철을 타는 수십만명의 승객을 대상으로 손쉽게 학교 이름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학교 이름이 들어간 지하철역은 22곳이다. 2016년 완공되는 경전철 우이선(우이~신설동) 역 이름을 놓고 벌써부터 인근 덕성여대와 국민대, 서경대는 유치 경쟁에 들어갔다.
학교 이름을 역명에 넣어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는 광운대다. 지난해 1월 지하철 1호선 성북역은 광운대역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노원구와 광운대 측이 코레일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지난해 1월 광운대역이 성북역의 새 이름으로 확정됐다. 광운대 관계자는 “지방 수험생들에겐 서울 지하철 역명을 가진 학교인지 여부가 진학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광운대는 역 이름 변경에 따라 표지판 교체 등에 들어간 수백만원의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서울시, 내년부터 역 이름 병기 재추진
학교 이름을 지하철역에 표기하길 원하는 대학은 많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서울시와 코레일이 2006년부터 지하철역에 대학이나 기업 명칭을 붙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려대처럼 역사가 대학 부지에 들어와 있는 경우는 예외다.
하지만 서울시는 내년부터 일부 역을 중심으로 기업이나 대학 이름을 부(副)역명으로 넣는 방안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맥킨지컨설팅은 지난해 서울시의 의뢰로 실시한 컨설팅에서 역 이름 병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신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서울대 등은 부역명을 넣는 대가로 연간 1000만원 안팎의 사용료를 코레일 측에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의 치열한 역 이름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도 작지 않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 정문과의 거리가 2㎞ 정도로, 도보로 30분가량 걸린다.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도 총신대와의 거리가 1㎞를 넘어 도보로 20분 남짓 걸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역과 학교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도 무작정 홍보를 위해 역 이름 병기를 요구하는 기관이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