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민의 반려식물
몇 년 전 서태지가 부른 노래의 제목이기도 한 ‘모아이(Moai)’는 남태평양 한복판에 있는 이스터 섬의 비극을 상징하는 동상이다. 인력 이외의 동력원이 없었던 이곳에서 수십t에 달하는 수백 개의 동상이 세워졌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래 이곳은 강수량이 풍부해 아열대림으로 우거진 숲이었다. 그러나 부족의 명예와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점점 더 큰 모아이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파괴해 불과 몇십 년 사이 동식물마저도 멸종됐다고 한다.

이와 같이 도시를 멸망하게 하는 환경 비극이나 기후변화의 폐해까지 확대 해석하지 않더라도, 도시 속의 숲과 나무는 삶의 터전을 지켜주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원초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도시 속의 숲과 나무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선 도심 평균기온 저하(3~7도)와 평균습도 상승(9~23%) 효과를 주며, 가로수는 자동차 소음의 약 75%를 줄여준다고 한다. 녹색의 휴식공간은 상쾌한 공기를 제공해주는 동시에 심리적 안정감 등 치유와 보건휴양기능까지 제공한다. 도시생태계를 보전하는 가치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도시는 공공 공간을 배려하기 어려운 구조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숲 속의 도시, 도시 속의 숲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도시녹화운동이 떠오르고 있다. 이런 방식은 근대 공원의 효시인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시작된 것으로 1980년대 만들어진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라는 시민단체가 공원의 조성과 관리에 필요한 것들을 기부받아 공원·녹지관리나 이용, 유지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 참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울산대공원(369㏊)은 (주)SK에너지가 1997~2006년 10년간 1020억원을 부담해 환경테마 놀이시설 등 가족공원을 조성한 뒤 울산시에 기부채납했다. 대전 유림공원(5.7㏊)도 계룡건설이 2007~2009년까지 3년간 100억원을 들여 숲이 가득한 공원을 조성, 기부채납한 것이다. 또 서울숲은 70여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해 2003~2005년 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나무 심기에 시민 1만명이 참여했다. 또 삼성화재 드림스쿨사업은 2012년(2개교), 2013년(4개교), 2014년(8개교)에 학교숲 조성비용으로 학교당 1억원을 지급하고 있다. 대전 계족산 황토길 조성사업은 (주)더맥키스컴퍼니에서 조성 및 관리비용으로 50억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도시에 녹색공간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사회공헌 시스템의 확산이 절실하다.

김동필 <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