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는 오는 9월19일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손연재가 리듬체조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어떻게 세계 랭킹 6위의 체조선수로 성장했을까. 무엇보다 본인의 노력이 가장 컸지만 그 뒤에는 스포츠 마케팅·매니지먼트 회사의 역할과 뒷받침이 자리잡고 있다.
손연재·신지애 키운 IB월드·세마…'★ 메이커'의 힘
2008년부터 손연재와 계약을 맺고 있는 IB월드와이드는 리듬체조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던 시절 스폰서 섭외, 해외 전지훈련, 외국인 코치 인선 등을 전담했고 국내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전문인력들의 지원을 받게 된 손연재는 훈련에 집중하며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피겨여왕 김연아(25)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섭외할 수 있었던 것도 스포츠 전문가들의 넓은 인맥과 지원 덕분이었다.

손연재
손연재
스포츠가 산업화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문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선수나 체육계 관계자 출신이 많았지만 최근엔 국내외에서 전문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를 공부한 인력이 많아지는 추세다.

스포츠 마케터의 역할 가운데 선수나 종목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활동은 기본이다. 기업의 광고·스폰서 계약을 이끌어내고 미디어 노출도를 높이는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훈련 일정, 컨디션, 심리 등을 직접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역할을 맡기도 한다. 스포츠 비디오 분석가 등 전문 서비스 영역의 일자리도 늘고 있다.

김연아
김연아
스포츠산업이 경영, 마케팅, 정보기술(IT) 등과 결합하면서 업체들도 융·복합형 인재를 원하고 있다. 최현종 IB월드와이드 스포츠마케팅1팀장은 “손연재나 김연아의 사례처럼 비인기 종목에서 새 시장이 창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포츠 전반에 대한 이해와 광고주 등을 상대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며 “빅데이터 해석 능력과 외국어 능력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매니지먼트 회사나 에이전시들이 주로 활동하는 국내 스포츠마케팅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800억원(지난해 업계 추정치)이다. 손연재를 비롯해 골프여제 박인비(26) 등을 맡고 있는 IB월드와이드는 지난해 46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년 전(319억원)보다 45.4% 성장했다. 2위 세마와 3위 스포티즌도 연간 2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업체들은 사업 범위를 세계시장으로 넓혀가며 새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한양대가 2005년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를 설립하는 등 교육계의 대응도 빨라졌다. 하지만 스포츠산업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 20여곳에 불과해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0여개 대학에 스포츠산업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경제 규모나 인구를 감안해도 너무 큰 차이가 난다.

대학들이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오일영 상명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스포츠산업학이 아직 미국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온 수준에 머무르다 보니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며 “미국처럼 프로스포츠 구단이나 매니지먼트사와 산학협력 구조를 만드는 등 현장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마케팅 관련 군소 대행사만 급증하고 있어 정작 전문가들이 일할 자리는 적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대기업의 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프로구단들이 자생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다 보니 마케팅 전문가들이 활약할 자리가 적다”며 “구단별로 자체 수익 구조가 마련되면 프로스포츠 산업의 성장은 물론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