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뒤인 2020년 여름 한 달간 폭염이 지속된다면 전국에서 1만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보고서가 나왔다. 안전행정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엊그제 내놓은 ‘미래안전보고서’인데 안행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홍보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2020년을 먼 훗날로 생각해서일까. 충격적인 숫자에도 반응들은 담담하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오류들이 발견된다. 보고서의 요지는 폭염이 한 달간 이어지면서 초과사망자수가 1994년 3300명의 3배가 넘는 1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 계산 자체가 엉터리다. 우선 사망자수가 1994년의 3배에 달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 연구자는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평균 폭염일수가 10일인 것이 6년 후엔 한 달이 되고 그래서 사망자도 3배로 불어날 것이라는 실수를 저질렀다. 보도자료대로 1994년은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로 30.1일이었다.

여기에 더 큰 오류가 있다. 1994년 폭염에 의한 초과사망자수가 3300명이란 숫자는 어디서 나왔나. 통계청에 따르면 1994년에 일사병 열사병 등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92명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세균성질환, 면역력 저하에 따른 질환으로 예년보다 더 많이 죽는 사람의 숫자를 ‘초과사망자’라고 정의하고 1994년 여름에 3300명이나 됐다고 전제했다. 통계청에 문의한 결과 ‘초과사망자’는 통계청에서 쓰지 않는 개념이고 연구원이 어떻게 3300명이란 숫자를 계산한 건지는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상식적으로 3300명이라면 8월 한 달 동안 매일 100명 이상이 더위 때문에 죽었다는 것인데 1994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1만명이라는 숫자에 맞추다보니 이리저리 짜깁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뿐이다.

이런 보고서야말로 연구원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공갈수법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근거없는 숫자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에게 겁이나 주는 안행부의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