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크라운 마지막날인 28일 싱글 매치플레이에 나선 최나연이 미국 메릴랜드주 오잉스밀스 캐이브스밸리GC 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인터내셔널크라운 마지막날인 28일 싱글 매치플레이에 나선 최나연이 미국 메릴랜드주 오잉스밀스 캐이브스밸리GC 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매치플레이는 이변이 속출하는 경기방식이다. 하위권 선수가 상위 랭커를 잡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세계랭킹 18위 최나연이 28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오잉스밀스의 케이브스밸리GC(파71·6628야드)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크라운’(총상금 160만달러·우승상금 40만달러) 마지막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세계랭킹 63위의 무명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8홀 차로 참패하는 치욕을 당했다. 이번 대회 최다홀 차 패배다. 11번홀까지 7홀 차로 뒤진 최나연은 12번홀마저 내주며 8&6(6홀 남기고 8홀 차)로 무릎을 꿇었다.

○중압감에다 주도권 뺏기면서 무너져

매치플레이 울렁증? 최나연, 힘 한번 못쓰고 無名에 8홀차 대패
매 홀 승부를 가르는 매치플레이는 긴장의 연속이다. 여기에 이번 대회는 국가대항전이라는 부담이 가중됐다. 한 번 흐름을 놓치고 주도권을 빼앗기면 자칫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마지막날 최나연에게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닥쳤다. 1번홀을 내준 최나연은 3번홀부터 6번홀까지 4개홀을 연속 내주며 6번홀까지 5홀 차로 뒤졌다.

최나연은 경기 후 “오늘은 분위기를 한 번도 주도해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상대 선수가 초반부터 흐름을 이끌었다. 원래 그 선수가 기복이 있는데, 흐름을 타기 시작하니까 막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최나연은 이어 “내가 못 친 부분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그 친구가 워낙 잘 쳤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셋째날 일본과의 포볼 매치플레이에서도 앞서가다 상대 선수들이 10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데 이어 12번홀에서 칩인 버디, 14번홀에서 벙커샷 버디를 낚으면서 패했다. 큰 실수가 없었지만 상대 선수에게 운이 따르면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매치플레이는 실력 이외의 변수가 강하게 작용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 액센추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하위권 선수에게 져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미국 PGA투어에서 뛰는 배상문도 매년 자신의 후원사가 열고 있는 먼싱웨이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으나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회전 탈락했고 올해는 2회전에서 패했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 위상 흔들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여자 골프는 인터내셔널크라운에서 우승까지 노렸지만 최나연의 참패 등으로 8개 참가국 중 3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체면을 구겼다. 한국은 싱글 매치플레이 4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 승점 4를 보태 총 10점으로 일본과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날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4전 전승으로 8점을 쓸어담은 스페인이 총 15점으로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박인비는 카롤리네 헤드발(스웨덴)을 4홀 차로 제압했고 유소연은 요코미네 사쿠라(일본)에게 극적인 1홀 차 승리를 거뒀다. 세계랭킹 3위 박인비와 9위 유소연은 짝을 이룬 세 차례 포볼 매치에서 2승1패(승점 4점)를 거두고 싱글 매치에서도 나란히 승리하며 한국이 획득한 승점 10점 가운데 8점을 합작했다. 최나연-김인경조는 포볼에서만 1승2패로 승점 2점을 얻는 데 그쳤다. 김인경은 싱글 매치에서 포나농 파트룸(태국)에게 1홀 차로 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톱랭커들이 미국 진출을 꺼리면서 한국은 앞으로도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박인비는 “아무래도 KLPGA투어 상금 규모가 커지다보니 미국까지 오지 않는 선수가 많아지는 것 같다”며 “그렇지만 미 LPGA투어가 최고이고 세계적인 투어이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한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