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증시 피해가 280억 달러(28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2일(현지시간) 증권업계에 따르면, 모스크바 증시의 Micex 지수가 전날까지 사흘간 6.1% 떨어져 지난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림 반도를 병합한 지난 2월 말 이후 21일까지 통틀어 모스크바 증시가 4.2% 가라앉았다"며 "이 기간에 미국에서 인도에 이르는 주요 증시는 모두 기록적으로 상승하는 대조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Micex 지수는 이날 오후에는 1.2% 반등해 1,400.39를 기록했다.

달러로 산정되는 RTX 지수도 격추기 희생자 시신 반환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이날 2.7% 반등해 1,272.06으로 상승했다. 이는 한 달 사이 최대폭 상승이다.

모스크바 소재 알파 파트너스의 리서치 책임자 블라디미르 브라긴은 "모스크바 증시가 악재가 이어지면서 지난 6개 장일 연속 가라앉다가 모처럼 반등했다"면서 그러나 "추가 제재 위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루블화도 법인세 납부 및 배당 지급 등 계절적 요인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에 대해 0.8% 상승해 달러당 34.9295를 기록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차입 여건 악화 때문에 지난 3개월 사이 처음으로 루블화 채권을 발행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반면, 채권 부도 가능성을 상품화한 신용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상승했다. 5년 물 러시아 CDS 프리미엄은 이달 들어 23bp 상승해 2.07%에 달했다.

이는 브라질, 인도와 중국보다 모두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부도 위험을 크게 본다는 의미다.

환 옵션도 루블화가 23개 신흥국 가운데 가장 약세로, 루블화 프리미엄이 평균 2.9%포인트 높았다. 프리미엄은 폴란드와 콜롬비아 통화보다는 약 두 배에 달했다.

런던 소재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트지의 니컬러스 스피로 대표는 "러시아가 다른 신흥시장보다 이처럼 저조한 것은 푸틴의 원맨쇼 탓이 크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소재 캐피털 자산운용의 알렉세이 벨킨 투자책임자(CIO)도 "푸틴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일사불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겠지만, 갈수록 대가가 커질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측근 재벌의 피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의하면 러시아에서 가장 부자인 19명은 올해 들어 174억 달러의 손해를 보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돈이 많은 64명은 55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와 금융의 장기 전망은 어둡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애시모 그룹의 잰 덴 리서치 책임자는 러시아의 보유 외환이 지난달 현재 4천780억 달러에 달하며 채무도 과중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공공 부채 비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로, 전 세계 평균 79%를 크게 밑돈다고 그는 강조했다.

따라서 "장기 투자자는 러시아의 지금 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덴은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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