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억명 여성을 속박하는 할례와 강제결혼 근절을 위한 공동노력을 국제사회가 촉구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영국 정부 주최로 열린 여성 할례 및 강제결혼 종식을 위한 국제회의를 통해서다.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은 여권 억압의 상징인 할례와 강제결혼을 이번 세대 안에 없애는 국제헌장을 채택하고 이런 문제가 심각한 12개국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추방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모든 소녀는 강제결혼이나 평생의 상처로 남는 할례 같은 폭력과 강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며 “혐오스러운 행동은 영국은 물론 세계 모든 장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는 “할례와 조혼은 여성의 의사 결정권을 짓밟아 피해자에게는 영구적이고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며 “근절에 이르려면 국제사회의 획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유해 행위를 시급히 종식하기 위한 유엔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유니세프는 여성에 대한 할례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 29개국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피해자가 1억30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18세 이전에 결혼을 강요받은 여성은 전 세계에서 7억명 이상이고, 이 가운데 2억5000만명은 15 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딸에게 할례를 받도록 한 부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 는 법률 개정 등 여성 할례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에 할례 문제 전담팀을 신설해 관련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140만파운드(약 24억원)의 지원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국내외에서 다각적인 근절 운동과 피해자 보호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