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계 '감독 한류' 열풍
중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송치안은 친구들이 잇따라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자살한 샤오아이를 비롯해 배드민턴 국가대표 홍뤠이, 잘나가는 배우 위페이, 영화감독 지망생 양쩡 등이다. 진상을 파헤치던 송치안은 홍뤠이가 섹스 동영상으로 옛 연인을 협박하면서 시작된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송치안 역은 박한별이 맡았고, 나머지 배역은 중국 여배우가 해냈다.

중국 영화계 '감독 한류' 열풍
공포영화 ‘폰’ ‘분신사바’ 등으로 히트한 안병기 감독의 새 공포영화 ‘분신사바2’가 지난 16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안 감독이 지난해 중국에서 ‘필선2’란 제목으로 제작·개봉해 140억원의 티켓 매출을 기록했다.

안 감독은 2011년 중국 영화사의 제안으로 ‘분신사바’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필선’을 2012년 개봉해 6000만위안(약 108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리며 당시 중국 공포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안 감독은 “중국 관객에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며 “다행히 흥행 성적이 좋아 ‘필선3’도 중국에서 개봉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 배우 한류에 이어 ‘감독 한류’가 일고 있다.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장르를 원하는 중국 영화계가 한국에서 흥행 경험이 있는 감독을 모셔가고 있다. 지난해 오기환 감독의 ‘이별계약’이 한·중 합작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이래 10여명의 한국 감독들이 중국에서 메가폰을 잡고 있다.

‘접속’으로 유명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 ‘평안도’,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감독의 ‘나의 여자친구는 조기 갱년기’, 허인무 감독의 ‘결혼일기’, 조진규 감독의 ‘아망천당’, 박철관 감독의 ‘쇼배틀’, 계윤식 감독의 ‘인연 만들기’, 이재한 감독의 ‘제3의 사랑’, 황수아 감독의 ‘너의 손을 잡고 싶어’ 등이 제작 중이다. 전수아 미술감독, 김형구 촬영감독, 최석환 시나리오 작가 등도 저마다 전문 분야로 다른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연출한 장태유 PD도 로맨틱코미디 연출을 제안받아 조만간 베이징으로 가서 메가폰을 잡는다. 그는 “내년 5월이나 9월께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국 감독들은 중국 제작사로부터 개별적으로 개런티를 받거나, 양국 간 합작의 제작까지 겸하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 감독이 참여하는 영화들은 영화적 트릭과 기술이 강조되는 로맨틱코미디, 스릴러, 공포 등 장르물이다. 멜로나 드라마에는 중국 역사와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렵다.

CJ E&M과 국내 제작사 코디즈, 중국의 세기락성 등이 합작한 스릴러 ‘평안도’는 장 감독을 비롯한 촬영 녹음 편집 등 제작 인력에 모두 한국인이 참여했다. 장 감독은 오는 11월께 개봉을 목표로 요즘 국내에서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제작 현장이 한국보다 할리우드에 더 가깝다”며 “45일간 촬영을 끝내는 조건으로 계약해 강행군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기간이 아니라 회차로 계산하기 때문에 현장 사정으로 촬영을 못할 경우 전체 기간이 늘어진다. 중국에서 한국 감독의 개런티는 국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인 1억~3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 영화 시장은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637편의 영화가 제작돼 273편이 개봉했다. 티켓 매출은 한국의 2배 이상인 217억6900만위안(약 3조6000억원)이며 관객 수는 3배 규모인 6억1000만명 선이다. 스크린 수는 2만여개로 한국보다 9배 정도 많다.

장 감독은 “중국 영화 시장에서 다양한 장르로 확대하는 데 한국 감독들이 기여하고 있지만 중국 자본과 인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언제까지 한국 감독이 환영받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