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을 처음 도입한 국가는 19세기 말 독일이며, 도입한 사람은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다.

비스마르크가 연금을 몇 세부터 주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찾아낸 것이 ‘성경’의 시편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생이 70세이고, 혹 더 살아봤자 80세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70세를 수급개시 연령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이 수급개시 연령은 1916년에 65세로 낮춰진다. 그리고 65세는 대부분 국가에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기준으로 채택됐다. 그래서 65세는 이른바 ‘비스마르크 연령’이라고도 불린다. 한국도 2012년까지는 60세를 연금 수급개시 연령으로 했다가 이후 단계적으로 높여 2033년에는 65세를 기준으로 할 계획이다. 2014년 현재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1세다.

흥미로운 것은 비스마르크가 19세기 말 연금제도를 도입할 당시 독일인의 평균수명이 49세였다는 점이다. 70세까지 살아서 실제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1935년 미국이 사회보장법을 제정하고 연금을 지급할 때만 해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였던 데 반해 평균수명은 63세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은퇴연령이 평균수명보다 높다는 비판을 받자 은퇴연령을 62세로 낮췄다. 평균수명과 같거나 그보다 훨씬 높은 연령이 돼야 비로소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현재 대부분 선진국의 평균수명은 80세다. 한국도 80세 전후다. 평균수명이 49세일 때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70세였는데, 평균수명이 80세인 현재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오히려 낮아져 65세가 된 것이다. 단순 비례로 따져 본다면, 독일이 처음 도입할 당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00세가 훨씬 넘게 된다.

이런 불균형은 당연히 재정에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연금의 역사가 오래 된 나라의 연금 재정은 대부분 정부의 세금으로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연금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을 보더라도, 2040년대 중반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적자로 전환돼 2060년께면 기금이 고갈된다.그 이후에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대중민주주의 하에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수명 연장에 맞춰 올리지 못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연금을 주려고만 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