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저디젤 개발 뒷얘기…알프스·사막서 '극한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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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확 줄이고 진동 잡았다
해발 3000m 고지대로
고객은 소음에 가장 민감…"독일차 타도" 첫 저온 평가
신기술 대거 장착
차체에 새 부품 16개 달아
6월 판매량 16% 증가…7월말 수입차와 비교 시승
해발 3000m 고지대로
고객은 소음에 가장 민감…"독일차 타도" 첫 저온 평가
신기술 대거 장착
차체에 새 부품 16개 달아
6월 판매량 16% 증가…7월말 수입차와 비교 시승
지난 2월 이기화 현대자동차 파워트레인 소음진동팀 책임연구원은 사막 지대인 호주 빅토리아로 떠났다. 넉 달 뒤 선보일 그랜저 디젤 차량 한 대도 실었다. 차량 출고 전 필수적으로 거치는 주행 성능을 시험하려는 게 아니었다. 당시 여름이었던 호주에서 그랜저 디젤의 소음과 진동 정도를 측정하려는 취지였다. 이 연구원은 “혹서기에 차량 소음과 진동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주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뒤엔 고지대를 향했다. 해발 3000m 이상인 알프스 산맥 남서부에 있는 프랑스의 론알프스였다. 작년 8월 고도가 비슷한 스페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이어 다시 한번 고지대에서 소음 진동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고도가 높으면 공기가 희박해져 평소보다 가속 페달은 20% 이상 더 밟아야 차가 앞으로 나가는데 이런 환경에서도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이뿐만 아니다. 주로 엔진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하는 혹한기 테스트에서도 소음과 진동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현대차는 영하 30도와 40도를 넘나드는 실험실에서 소음과 진동을 측정했다. 지난겨울 한국에서 가장 춥다는 한계령에서 차량 위장막을 치고 시험을 반복했다.
염성우 소음진동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주로 극한의 기온에서 엔진이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해왔는데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저온에서 시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소음 및 진동과 사투를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민섭 소음진동개발실장은 “고객이 자동차를 타면 처음 느끼는 게 공회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라며 “고객은 이 첫인상에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젤차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독일 차를 타는 국내 고객의 가장 큰 불만도 소음과 진동”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업체 글로벌오토시스템즈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한국 사람은 차를 고를 때 소음과 진동(32.4%)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다음이 승차감(19.5%)과 핸들링(19.1%)이었다.
이 자료에 근거해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 개발 초기부터 진동과 소음 해결에 집중했다. 2012년 6월 개발에 착수할 때부터 줄곧 진동과 소음 부문에선 ‘독일 타도’를 외쳤다. 2012년 BMW 520d와 폭스바겐 파사트를 구입한 그랜저 디젤 개발팀 연구원 30여명은 독일을 넘어서기 위해 이 차들이 부서질 때까지 타보기로 결심했다.
그러기를 꼬박 2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 싼타페에 들어간 2.2 E-VGT 엔진을 그랜저 디젤에도 썼지만 소음과 진동을 줄이려고 신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엔진에만 8개 신기술을 장착했고 차체에 16개의 부품을 새로 달았다.
출발은 좋은 편이다. 지난달 국내에 그랜저 디젤을 내놓은 뒤 그랜저 판매량이 16% 늘었고 전체 그랜저 고객 중 20%가 디젤을 선택했다. 정판기 소음진동개발팀 파트장은 “그랜저 디젤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았으면 앞으로 나올 쏘나타 디젤도 망쳐버릴 수 있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자평했다.
현대차는 이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 연구원은 “엔진 측면에선 독일 디젤차를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독일 디젤차가 아니라 현대차 가솔린 엔진을 능가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음과 진동 측면에서도 목표는 뚜렷했다. 이른바 고객이 원하는 소음과 진동이었다. 이 실장은 “그랜저 디젤에선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앞으론 고객이 원하는 소리와 진동을 늘리고 원하지 않는 소리와 진동은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전국 9개 비교시승센터에서 2박3일간 그랜저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와 수입차를 비교 시승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
화성=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한 달 뒤엔 고지대를 향했다. 해발 3000m 이상인 알프스 산맥 남서부에 있는 프랑스의 론알프스였다. 작년 8월 고도가 비슷한 스페인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이어 다시 한번 고지대에서 소음 진동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고도가 높으면 공기가 희박해져 평소보다 가속 페달은 20% 이상 더 밟아야 차가 앞으로 나가는데 이런 환경에서도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이뿐만 아니다. 주로 엔진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하는 혹한기 테스트에서도 소음과 진동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현대차는 영하 30도와 40도를 넘나드는 실험실에서 소음과 진동을 측정했다. 지난겨울 한국에서 가장 춥다는 한계령에서 차량 위장막을 치고 시험을 반복했다.
염성우 소음진동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주로 극한의 기온에서 엔진이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해왔는데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저온에서 시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소음 및 진동과 사투를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민섭 소음진동개발실장은 “고객이 자동차를 타면 처음 느끼는 게 공회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라며 “고객은 이 첫인상에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젤차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독일 차를 타는 국내 고객의 가장 큰 불만도 소음과 진동”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팅업체 글로벌오토시스템즈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한국 사람은 차를 고를 때 소음과 진동(32.4%)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다음이 승차감(19.5%)과 핸들링(19.1%)이었다.
이 자료에 근거해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 개발 초기부터 진동과 소음 해결에 집중했다. 2012년 6월 개발에 착수할 때부터 줄곧 진동과 소음 부문에선 ‘독일 타도’를 외쳤다. 2012년 BMW 520d와 폭스바겐 파사트를 구입한 그랜저 디젤 개발팀 연구원 30여명은 독일을 넘어서기 위해 이 차들이 부서질 때까지 타보기로 결심했다.
그러기를 꼬박 2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 싼타페에 들어간 2.2 E-VGT 엔진을 그랜저 디젤에도 썼지만 소음과 진동을 줄이려고 신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엔진에만 8개 신기술을 장착했고 차체에 16개의 부품을 새로 달았다.
출발은 좋은 편이다. 지난달 국내에 그랜저 디젤을 내놓은 뒤 그랜저 판매량이 16% 늘었고 전체 그랜저 고객 중 20%가 디젤을 선택했다. 정판기 소음진동개발팀 파트장은 “그랜저 디젤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았으면 앞으로 나올 쏘나타 디젤도 망쳐버릴 수 있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자평했다.
현대차는 이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 연구원은 “엔진 측면에선 독일 디젤차를 어느 정도 따라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독일 디젤차가 아니라 현대차 가솔린 엔진을 능가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음과 진동 측면에서도 목표는 뚜렷했다. 이른바 고객이 원하는 소음과 진동이었다. 이 실장은 “그랜저 디젤에선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 앞으론 고객이 원하는 소리와 진동을 늘리고 원하지 않는 소리와 진동은 없애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29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전국 9개 비교시승센터에서 2박3일간 그랜저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와 수입차를 비교 시승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연다.
화성=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