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8) 부가가치세
정부의 세수를 늘리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있다.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 단계마다 이전보다 더해진 가치, 즉 새로 만들어진 가치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하는 상품마다 세금이 붙었다는 뜻이다. 다만 그 세금을 직접 내지 않고 생산자나 판매자가 모아서 낸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는 형식상 간접세에 해당한다. 세금을 부담하는 측(재화나 서비스를 사는 측)과 세금을 납부하는 측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정말 형식적인 구분이고, 실제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도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각각 얼마나 부담하게 되는가는 시장 상황에 달렸다.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소비자가 직면하게 되는 상품 가격이 오르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더 적은 양을 소비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소비량을 줄이면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판매단가를 세금이 붙기 전보다 낮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 즉, 소비자는 전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판매자는 전보다 낮은 가격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가가치세는 부가가치세가 붙기 전의 가격에서 오른 소비자가격만큼 소비자가, 내린 판매단가만큼 판매자가 부담하게 된다.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오르고 판매단가가 얼마나 내릴지는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달렸다. 소비자가 오른 가격에서 소비량을 크게 줄일 여지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소비자가격은 적게 오르고 판매단가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판매자가 판매단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판매량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면 판매단가보다 소비자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를 수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가격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면 비슷하게 나눠 부담하게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의 소비에 소비자가 유연할 수 있을까?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 즉 필수재는 소비자가 가격이 오르더라도 살 수밖에 없어 부가가치세 부담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부가가치세가 붙으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격이 올라 소비가 위축된다. 이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관점에서 보면 필수재에 붙은 부가가치세는 문제가 덜하다. 필수재여서 소비자가격이 올라도 소비량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부담의 공평한 분배 관점에서 보면, 소득이 많건 적건 사야 하는 필수재의 경우 판매자 부담에 비해서나 다른 필수적이지 않은 상품에 비해서 소비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증세 대상에 포함할지, 한다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지 모두 지켜볼 일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