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들은 답답한 박스권 증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트리거(방아쇠)로 이번 실적 시즌을 꼽기도 한다.
눈높이가 낮아진 실적 공개 이후 경기부양 정책과 맞물려 하반기 개선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 2분기 실적 고민 깊지만…'삼성전자 쇼크'가 약(藥)이 될 수도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반 이후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에 대한 하향세가 두드러지면서 2분기도 전년 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하반기의 경우 전년도 기저효과에 힘입어 아직까지는 '플러스 증가율' 회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장희종 연구위원은 "이익 전망치 하향은 주로 삼성전자와 자동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코스피 100 종목의 이익 전망치는 등락을 거듭해오다 최근 다시 소폭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체 시장의 이익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지만, 이번 2분기는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 100 구성종목 가운데 전년 대비 이익 증가가 기대되는 기업들의 비중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주 뚜껑을 연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역시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현대증권 투자정보팀 배성영 수석연구원은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실망도 이미 시장에 상당부분 선(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이후 반등에 나선 뒤 하방 경직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실망이 다른 업종 대표주의 실적 기대치도 함께 낮추는 효과를 유발, 오히려 이번 어닝 시즌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2분기 부진보다 3분기 기대에 시장이 반응해 대형주의 반등 모멘텀(동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하반기엔 정부 정책·환율이 시장 반등의 트리거(방아쇠)
국내 내부의 정책 기대 회복도 대형주 약세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배 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지난 주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8월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실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대표주의 하방 경직성을 높여주는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시장전략 팀장도 "8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에 대한 저점 인식은 더 강해질 것"이라며 "원화강세 진정과 하반기 수출 회복이란 기대가 지난 상반기와 다른 주가 행보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대표주 이익 전망에 반영된 환율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질 경우 7월 중 국내 기업 이익의 저점 형성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오 팀장의 분석이다. 수출주와 경기민감주의 부활을 비롯한 자동차, 은행, 철강, 화학 업종의 선순환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 "당분간 이익 변동성 낮고, 이익 개선 기대주 담아야"…고려아연·강원랜드 등 16選
따라서 2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이익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 위주로 접근해야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장희종 연구원은 "이익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은 반대로 실적 가시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이익 전망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익 가시성이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해당 종목에 투자하면 단기 성과가 양호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이익 변동성이 낮은 주식 가운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개선될 곳으로 에스원(상업서비스), SK텔레콤(통신서비스), KT&G(음식료담배), 한라비스테온공조(자동차), 고려아연(철강금속), 삼성화재(보험), 현대건설(건설), LG생활건강(생활용품), 강원랜드(호텔레저), SKC(화학), 동부화재(보험), 유한양행(제약), 현대제철(철강금속), 농심(음식료), 아모레퍼시픽(화장품), 키움증권(증권) 등 16종목을 꼽았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