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은 사람이 태어난 연, 월, 일, 시 네 간지(干支) 즉 사주팔자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나무(木)·불(火)·물(水)·쇠(金)·흙(土) 등 다섯 가지 기운의 상생 및 상극 관계를 따져 운명을 추리한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다.

오랫동안 중국 사상이나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리학도 공부했다. 그래서 ‘선무당’처럼 모임에 가면 사주팔자 풀이를 해주곤 했다. 요즘은 태어난 연, 월, 일, 시만 알면 사주팔자를 알아봐주는 앱도 있다. 해석하는 방법만 공부하면 즉석에서 간단한 사주풀이는 누구나 할 수 있게 됐다. 명리학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주를 접하면서 든 생각은 ‘특별하게 좋거나 나쁜 사주는 없다’는 것이다.

사주팔자를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은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또 그 사람 사주가 신강한 사주(에너지가 강한 사주)인지 신약한 사주(에너지가 약한 사주)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신강한 사주는 너무 에너지가 강해서 고집도 세고 남의 말도 잘 안 듣는 편이다. 이런 사주에서 용신(사주의 흐름을 좋게 만드는 기운)은 본인의 에너지를 빼앗는 기운으로 삼는다. 반대로 신약한 사주는 본인의 에너지를 살려주거나 어려운 부분을 같이 해결해주는 친구를 용신으로 삼는다. 다시 말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거나 과한 것을 줄여줘서 균형을 맞추는 기운이 자신에게 좋은 것이다.

동양철학의 중심 사상은 ‘중용(中庸)’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인데 명리학 사주풀이 원칙도 이와 같다. 자신의 균형을 맞춰주는 기운을 가까이하라는 것이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은 나무와 불의 기운이 강한 해이다. 나무와 불의 기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운이 좋은 해이지만, 쇠나 흙의 기운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운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하지만 해의 기운은 윤회적으로 매년 바뀌므로 운 또한 바뀌게 된다. 모든 사주에는 과한 것과 부족한 것이 있고, 평생의 운도 다섯 가지 기운이 번갈아서 찾아오기 때문에 아주 좋은 사주나 나쁜 사주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명리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하나의 학문이다. 인생에서 자신의 균형감각을 잘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활용해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해련 < 송원그룹 회장 kimceo@swgrp.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