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자동차와 판매 격차를 줄이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글로벌 판매량은 404만 대를 기록, 508만 대(추정치)로 예상되는 도요타를 추격 중이다.

하지만 환율 악재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엔저 효과로 날개 단 도요타와 달리 많이 팔고도 이익을 적게 남기는 수익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글로벌 판매 늘리고도 수익성 '비상'

15일 관련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다음주(24~25일) 발표를 앞둔 현대·기아차의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악화될 전망이다. 6년 만에 원·달러 환율 1010원 선이 붕괴되는 등 원화 강세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2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컨센서스가 각각 2조2206억 원, 2조387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7~23% 하락한 8587억 원과 9754억 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엔저를 등에 업은 도요타는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리콜과 대지진을 이겨낸 도요타는 지난해 998만 대를 팔아 2013회계연도 결산 기준으로 전년 대비 90% 급증한 1조8000억 엔(약 18조 원)의 순이익을 냈다. 원고·엔저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두 기업 간 순익 격차는 더 벌어진다.

도요타는 엔화 약세를 타고 올해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도요타 관계자는 "지난 상반기 도요타 판매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보다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환율 충격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꾸준히 높아졌다. 올 상반기 해외 판매는 전체의 86.5%에 달했다. 도요타보다 환율 영향이 더 크다.

정몽구 회장은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재한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환율 악재를 가장 우려했다. 해외 매출 의존도가 내수보단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수익성 악화는 장기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해외사업 속도 내는 현대차 ··· 도요타와 판매 격차 줄어

환율 불안 요인이 감돌지만 현대·기아차의 장점은 해외 사업 가속화를 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404만 대 판매에 이어 하반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올해 글로벌 판매대수는 810만 대로 불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상위 5위권 메이커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4위 르노-닛산(826만 대)과 판매 격차도 줄어들었다.

현대차가 도요타보다 유리한 점은 해외 공장 증설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중국 4공장, 기아차는 멕시코 공장 증설을 추진중이다. 앞으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900만 대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연 평균 성장률이 3~4% 정도 추정된다" 며 "현대·기아차의 성장률이 이전만큼 높진 않지만 앞으론 몇 년 동안 평균 성장률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요타는 공장 증설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전략형 신차 출시 및 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2014회계연도 기준 글로벌 생산은 다이하츠와 히노 등 계열사를 포함 1043만 대, 글로벌 판매는 1032만 대를 목표치로 내놨다.

도요타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중국에선 약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의 중국 판매량은 93만 대로 전체 10%에도 못 미친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164만 대를 팔았다. 추가로 공장을 짓게 되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앞으로 판매 확대 여지는 도요타보다 많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