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데 무슨 이유 필요한가요~.”

지평선까지 길게 뻗은 도로, 갓길에 세워진 클래식 자동차. 우쿨렐레를 들고 나타난 김연아가 흥겹게 노래를 부른다. 어깨와 허리를 흔드는 춤은 공식 없는 ‘막춤’이다. 목소리는 예쁘지만 정제된 음과는 거리가 멀다. SK텔레콤이 광대역 LTE-A 서비스 개시와 함께 지난달 내보낸 김연아의 ‘잘생겼다 노래’편 광고다.

TV에 열흘 방영했을 뿐인데 블로그와 인터넷카페 등에 관련 게시물이 쏟아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앞서 전지현 이정재 두 스타를 기용해 내보낸 ‘잘생겼다’ 광고도 지난 2월 한국광고종합연구소에서 발표한 브랜드별 광고 효과 1위에 올랐다.

이 광고 시리즈를 기획한 것은 SK텔레콤 광고 전략을 총괄하는 남상일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장(사진)이다. 그는 “고은 시인의 시를 읽다가 ‘잘생겼다’는 문구를 봤다”며 “소비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에 제격인 말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실장은 “이 말은 ‘잘났다’는 뜻보다는 ‘있어 줘서 고맙다’는 의미”라며 “네트워크가 빠르고 커버리지가 넓다는 것만 강조하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친숙함을 살리기 위해 광고 모델들에게는 미리 노래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모델들은 현장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불렀다. 그는 “잘생겼다 광고는 브랜드와 광고가 잘 연결되지 않는 ‘이미지 광고’와는 거리가 멀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되, 쉽고 머릿속에 새겨지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제일기획에서 15년 넘게 일한 그는 KTF의 ‘쇼’,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 등 굵직한 광고를 도맡아 히트시켰다. 비결을 묻자 “낯익은 것의 생경한 조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창의력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찰과 몰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통신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끊임없이 빠르게 나오는 분야여서 광고 전략을 짜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습니다. 더 빠른 네트워크,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소재로 광고를 만들 생각에 설레네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