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말벌의 습격
최근 장마철인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탓에 전국에서 말벌에 쏘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4시20분께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서 밭일을 하던 전모씨(76)가 벌에 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전씨는 벌에 쏘인 뒤 구토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였으며, 119구급대 도착 당시 의식이 없고 맥박이 느린 상태였다. 이날 오전 11시께는 경기 포천시 화현면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던 심모씨(43)가 말벌에 쏘였다. 경기 북부 지역에선 11일부터 13일까지 19명이 말벌에 쏘여 치료를 받았다.

벌 쏘임은 산간, 농촌 지역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벌 쏘임 피해는 대개 추석 성묘가 낀 9월에 많은데, 7월 초순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6~7월 장마 때 말벌 번식이 위축되는데 올해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개체 수가 급증한 상태”라고 말했다. 말벌의 독은 일반 꿀벌의 70배에 달한다. 최근 들어 자주 목격되는 장수말벌의 독성은 꿀벌의 500배나 된다.

소방방재청은 13일 하루 동안 말벌집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를 850건 접수했다. 강원 지역은 지난 5~6월 벌집 제거 출동 건수가 33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7건보다 172건(103%) 늘었다.

공격성이 강한 외래 말벌도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뒤 중부 지역까지 서식처를 확대한 등검은말벌이 대표적이다. 아열대성 외래 곤충인 등검은말벌은 날아다니는 토종 벌을 직접 사냥하는 종으로 ‘꿀벌 킬러’로 불린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장수말벌 때문에 양봉 농가가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등검은말벌까지 출현하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자극적인 향수나 화장품, 헤어 스프레이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주변에 청량음료나 과일 등 단 음식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뛰지 말고 제자리에서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해야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