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가 한국에 H형강(건축물 등 대형 구조물 골조나 토목공사에 많이 쓰이는 H자형 단면의 형강)을 자국 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수출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을 반덤핑 혐의로 이달 중 조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말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한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H형강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장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본지 6월9일자 A1, 14면 참조

중국산 철강 反덤핑 7월 중 조사
무역위 고위 관계자는 8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제출한 반덤핑 제소장을 받아들여 이달 중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무역위 관계자는 “반덤핑 혐의 조사를 개시한다는 것은 덤핑 제품 탓에 국내 시장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법 제60조에 따르면 무역위가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H형강 중국 내수 가격에서 한국 수출 가격을 뺀 ‘덤핑 차액’이 수출 가격의 2%를 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 H형강 업체들이 똑같은 제품을 중국 시장에서 t당 100만원에 팔면서 한국엔 95만원에 수출하고 있다면 덤핑 차액은 수출 가격의 5.2%에 이르기 때문에 조사 개시 요건을 충족한다.

또 중국산 덤핑 제품의 수입량이 전체 수입량의 3%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H형강 물량(70만3444t) 중 중국산 H형강(62만1000t)은 88.2%를 차지했다. 수입되는 중국산 H형강 중 상당수가 덤핑 물량이라고 국내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조사 개시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한 국내 생산자(무응답자는 제외) 중 조사에 찬성하는 국내 생산자의 생산량이 국내 전체 생산량의 50%를 초과하거나, 조사에 찬성하는 국내 생산자의 생산량 합계가 국내 전체 생산량의 25% 이상이어야 한다.

H형강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조사를 의뢰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두 회사뿐이다. 두 회사 점유율을 합하면 60% 안팎이어서 이 요건도 충족한다.

무역위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말, 늦어도 내년 5월 말까지 중국산 H형강의 덤핑 여부에 대해 최종 판정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중국 H형강 업체들과 더 이상 협의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업체는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제소 직전까지 중국 업체들과 합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중국산 H형강의 한국 내 유통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면서 점유율이 급락하자 제소를 선택했고, 제소 철회 의사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