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극 부활한 영화 '다크나이트' '인셉션', 역동적인 몸짓 연기…객석에선 탄성 연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를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기회. ‘다크 나이트’ ‘인셉션’ 동시 상영.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두 영화를 통해 당신의 꿈은 무엇인지, 또 이 시대 영웅의 표상은 무엇인지 그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지난 1일 막이 오른 연극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사진)은 짧은 암전의 반복과 함께 순식간에 나타난 검은 의상의 배우들이 앞으로 펼쳐질 극의 내용과 주제를 미리 알려주는 대사로 시작한다.

하지만 순차적인 ‘동시 상영’이 아니다. 진행 형식은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화 대 영화’ 포맷에 가깝다. 두 영화의 주요 장면을 교차해 보여주며 줄거리를 소개하고 나름의 분석과 해설을 곁들인다.

장면을 구현하는 방식이 연극적이고 아날로그적이다. 텅 빈 무대에서 비슷한 복장을 한 9명의 배우가 몸과 말, 소리 등 자신의 신체를 사용해 화려한 현대 첨단 기술로 빚어낸 영화의 역동적인 장면을 재구성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배트카와 배트모빌을 타고 다니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고공 추락하는 장면, ‘인셉션’에서 눈사태가 나거나 자동차가 강물로 추락하는 모습 등을 조명과 음향 효과의 도움을 얻어 기발하면서도 그럴싸한 신체 언어만으로 보여준다. 소품은 배우들이 들고 다니는 나무 의자들만 이따금 등장할 뿐이다.

관객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연극 놀이적인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미디어 조작이 판치는 문명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두 영화의 주제를 직설 화법이나 선동적인 언어와 리듬의 랩 음악으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다.

“때론 영웅 놀이에 실패하면 엿이 날라올 수도 있습니다”라는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귀국 장면과 배트맨이 어려움을 겪는 영화 속 상황을 절묘하게 연결한 대사에 객석에선 폭소가 터졌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반영한 대사와 패러디를 간간이 섞어가며 이 시대 영웅과 정의, 꿈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보이첵’ 등 독창적인 신체극을 만들어온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단원들이 함께 만들었다.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연극적 시도의 신선함과 기발함이 주는 재미가 쏠쏠한 무대다.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2만5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