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370명을 구조했다'는 보고는 해경이 청와대에 잘못 보고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오후 2시30분이 넘도록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2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과 특위 위원인 우원식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해경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 상황실은 사고 발생(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시점 기준) 40분이 지난 9시 32분부터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해경은 4시간30분이 지난 오후 1시16분 유선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하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고 했다.

또 이어 "진도 행정선에서 (생존자가) 약 190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후 1시 42분에는 다시 청와대와 통화하며 "370명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일부 중복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확인되는 대로 알려달라. 우리가 기준으로 잡는 것은 해경청에서 알려주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답했다.

해경은 오후 2시36분 보고에서야 "(구조자가) 166명이다"라고 보고를 정정했고, 이를 들은 청와대는 "큰일났다. VIP(대통령) 보고까지 끝났다.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거 아닌가"라며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에서 보고를 받았을 텐데, (대 언론) 브리핑이 완전 잘못 됐다. 여파가 크겠다"고 말했다.

이 같이 해경이 잘못 보고하게 된 경위에 대해 김석균 해경청장은 "제가 파악한 바로는 팽목항 현장에서 178명 구조된 이후에 190명이 추가로 구조돼 온다는 소식이 퍼졌고, 현장에 설치된 간이 상황판에 (누군가가) 그렇게 적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간이상황판을 경찰 정보관이 촬영해 해경 정보관에 알려줬고, 이 것이 서해해경청을 통해 본청으로 전달됐다. 본청에서 상황보고를 맡은 직원이 사실 확인 없이 중대본에 나간 담당 과장에게 전화한 것이 오류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취록에는 사고 현장에 선체에 들어가 구조할 수 있는 구조대원이 도착했는데도 대기만 한 정황도 담겼다.

119중앙상황실은 오후 1시께 해경 본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 도착을 했고, 수난구조전문요원들이 다 탑승을 하고 있다. 배안에 요구조자가 있으면 바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에서는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할뿐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의원들은 해수부 장관과 해경청장의 의전에 집중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녹취록에는 본청 상황실이 오전 11시43분 제주청에 전화를 걸어 "해수부 장관이 현장 가신다는 것 알고 있나. 어차피 유류수급하러 무안공항 간 김에 태우고 오라"라며 "장관 편성 차 간다(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음)고 이동한다고는 얘기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돼 있다.

우 의원은 "현장 구조중인 헬기를 급유 핑계로 의전용으로 빼돌리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전 9시54분 통화에서는 인천서가 해경 본청 상황실과 "저희가 직접 구조임무보다는 청장님 입장할 수 있게끔 준비 하라는 것입니까", "예" 라는 대화를 주고받는 등 해경청장의 의전에 신경쓰는 모습도 보였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이 녹취록에 해경과 언딘의 유착 정황도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사고 당일 오후 4시에 해상안전과장이 경비계에 '언딘도 같이 넣어라'라고 지시했다.

지금까지 해경은 언딘 선정을 청해진 해운이 했다고 했는데, 해상안전과장이 은밀히 지시를 내려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대수 의원은 "녹취록을 보면 김 청장은 오전 10시37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온다"며 제대로 구조작업을 벌이지 못한 점을 질타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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