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정주영 회장 어록비 제막 > 현대오일뱅크는 30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권오갑 사장(왼쪽 두 번째)과 김태경 노조위원장(세 번째) 등이 충남 대산공장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어록비 제막식을 가졌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 故 정주영 회장 어록비 제막 > 현대오일뱅크는 30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권오갑 사장(왼쪽 두 번째)과 김태경 노조위원장(세 번째) 등이 충남 대산공장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어록비 제막식을 가졌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가 자동차용 석유화학소재 등 신사업을 앞세워 2020년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기로 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30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석유 정제업 이외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자”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100년을 향한 희망과 나눔’을 새로운 모토로 정하고 프로필렌 유도체와 카본블랙, 해외 에너지 투자 등을 중장기 핵심 신사업 분야로 선정했다.

원유정제 때 나오는 부산물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드는 프로필렌 유도체는 각종 플라스틱과 자동차 내장재, 단열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다. 카본블랙은 자동차 타이어와 페인트, 잉크 등의 주재료가 되는 미세한 탄소 분말로 정유사의 고도화 설비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와 철강회사의 콜타르를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다.

현대오일뱅크는 프로필렌 유도체와 카본블랙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대제철을 비롯한 국내외 철강회사 및 석유화학 기업들과의 합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권 사장은 “신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2020년이면 매출에서 석유정제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93%에서 6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SK, GS, 에쓰오일 등 경쟁사에 비해 석유화학 등 정유 이외의 비중이 낮아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50년간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원유정제 중심에서 탈피해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국내외 석유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더 이상 석유제품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셰일가스 붐,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정제설비 신·증설 등 외부 사업환경도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 계열로 편입된 뒤 다국적 에너지기업 셸과의 합작으로 윤활기유 사업에 진출했고, 울산신항에 탱크터미널을 완공해 유류저장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과도 1조원 규모의 혼합자일렌(MX) 합작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현대케미칼을 설립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인도를 바탕으로 해외 투자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정유 및 석유화학공장 투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날 기념식에서 새로운 각오로 다가올 100년을 맞이하자는 의미로 대산공장 입구에 창업자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어록비를 세우고 인근 화곡저수지에 3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둘레길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