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건설 명가’(名家)로 통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외형 성장에 치중해 저가 수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지만 대림산업은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안정적인 수주로 오히려 성장세를 걷고 있다.

대림산업이 이번에 수상하게 된 프로젝트는 2조원 규모의 정유공장 공사다. 대림산업은 2010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 있는 아람코 본사에서 2조원 규모의 ‘얀부(Yanbu) 정유공장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정유산업을 주관하는 국영업체인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이 사업은 하루 40만배럴의 정제유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정유공장을 사우디 서부에 있는 얀부 산업단지에 건설하는 것이다. 아람코는 주요 공정을 EPC-1에서 EPC-4까지 4개의 패키지로 나눠 발주했으며 총 사업비는 100억달러를 웃돈다.

대림산업은 4개 패키지 가운데 디젤 및 나프타 수소처리첨가시설을 포함한 산성가스 및 황 회수설비를 건설하는 EPC-3 공정과 수소첨가분해 설비를 건설하는 EPC-4 공정을 단독으로 수주했다. EPC(설계·구매·시공)를 모두 맡은 일괄도급 방식이다.

사우디 얀부는 1970년대 동부 주베일과 함께 한국 건설사들의 주요한 사업지 중 하나였다. 대림산업도 얀부 산업단지 조성 당시 시공사로 참여해 다양한 실적을 쌓았지만 1980년대 한국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가 끊겼다. 이후 30여년 만에 글로벌 EPC 업체로 도약해 얀부에 재진출했다. 특히 과거에는 현장 근로자를 보내 시공만 담당하는 하청업체였다면 지금은 자재조달부터 설계, 시공까지 모든 공정을 책임지게 됐다.

EPC-3 공정은 착공 이후 단 1건의 안전사고 없이 내달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얀부 정유공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18개 국내외 건설사 중 유일한 기록이다. 지난 6월17일에는 무재해 3000만시간을 달성하며 발주처로부터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무재해 3000만시간은 근로자 1000명이 하루 10시간 일할 경우 3000일을 안전사고 없이 일해야만 가능한 대기록이다.

EPC-3 현장은 홍해와 접한 사막지대로 공사 초기에 파는 곳마다 해수가 솟아나 난관에 부딪혔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발주처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길이 3㎞의 고무호스를 구해 물을 홍해 바다로 빼내는 한국 기업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하며 공사 기간 연장을 최소화해 발주처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대림산업은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 북아프리카,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공사 종류도 플랜트에서 발전소와 특수교량, 국제공항 여객청사, 타이어 공장 등 발전플랜트 및 토목, 건축분야로 확대 중이다. 국가별, 프로젝트별로 담당제를 실시하고 철저한 해외 시장 모니터링과 입찰 및 집행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