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한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수목(사진)이 세 그루 발견되면서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도심 근처인 북한산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됨에 따라 서울의 소나무와 잣나무숲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4월5일자 A27면 참조

서울시는 지난 12일 정릉동 북한산 자락 잣나무숲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수목이 발견돼 피해조사와 함께 긴급방제에 들어갔다고 27일 발표했다. 서울에서 재선충병 감염이 확인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재선충병은 0.6~1㎜ 크기의 재선충이 공생 관계에 있는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하는 병이다. 감염된 소나무는 100% 말라죽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처음엔 소나무만 감염됐지만 2006년부터는 잣나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국 대부분 지역의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에 감염돼 없어지고 있다.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감염된 수목을 모두 잘라내는 것이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죽은 수목에서 번식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엔 전국에서 154만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었다. 1988년 재선충병이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최대치다. 서울시는 재선충병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목재류 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방제작업을 펼쳤지만 감염을 막는 데 실패했다.

김재경 서울시 자연생태과장은 “수목 3그루에서 재선충병이 발견된 이후 아직까지는 감염 의심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감염된 수목이 본격적으로 발견되는 시기는 9월 이후라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가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가을께 수목에 본격적으로 기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4만9000여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남산까지 재선충병이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피해 상황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9월 말부터 2차 전수조사를 해 피해상황이 확인되면 피해 고사목을 전량 제거하는 등 추가 피해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